“여러분의 세상을 청(聽)하세요” 토론 리더십그룹 청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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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4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04735/artclView.do?layout=unknown

최근 한국사회는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그런데 대부분은 서로의 주장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데 집중하며 때때로 불합리한 프레임을 덧씌워 비난하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얘기하고 토론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소통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초·중학교 교육에서는 토론 수업이 점차 강화되고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는 것에 익숙한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대학에도 아름다운 토론문화, 공론장을 이끌어가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기초교양대학 소속 토론 리더십그룹 ()’ 학생들이다. 숙명의 아름다운 토론문화를 만드는 이들을 숙명통신원이 만나보았다.

 


 

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토론 리더십그룹 청의 17기 회장인 전하란(중어중문학부17), 부회장 김영리(영어영문학부17), 학술 부장 태예지(독일언어문화학과16), 기자재 담당 조누리(일본학과18)입니다.

 

2. ‘이라는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계기로 만들어지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방송매체에서 토론은 어느 한 편이 이겨야 하거나 자기 주장을 고수하며 언성을 높이는 모습으로 많이 비춰집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듣는 능력입니다. ‘은 한자로 듣다(들을 청·)’라는 의미입니다. 의사소통을 할 때, 더 나아가 토론하는데 있어서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공통된 가치를 품고, 청 안에서 열심히 듣고 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3. ‘이 비판적 사고와 토론 수업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활동 도우미로써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토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토론을 하려면 어떤 역량과 기능이 필요한지를 설명합니다. 단순히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상식만 가지고 토론을 할 수는 없거든요. 기초적으로 알아봐야 하고, 보다 깊은 자료를 찾는 방법을 함께 제시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토론은 딱딱하고, 진부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같은 학생 입장에서 더 접근이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4. 방학 때마다 중고등학생 대상의 재능봉사 캠프를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용산구 소재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토론을 테마로 하여 34일 간 진행했습니다. 1일차에는 아이스 브레이킹과 1분 즉석 스피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활동을 하고 2일차에는 단원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떤 식으로 토론이 진행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그 뒤, 학생들을 찬성과 반대 두 팀으로 나누어 직접 토론해보게 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3일차에는 멋진 신세계라는 책을 발제하여 그 책을 토대로 논설문을 작성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입시를 위한 자기소개서 글을 작성하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더 기버: 기억전달자라는 영화를 보고, 그 부분에 있어 청소년들이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골라 다 함께 소프트 토론 형식으로 쉽고, 재밌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5. 재능 봉사 캠프를 하면서 생긴 재밌는 혹은 뿌듯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이들을 맛있게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 밥을 고를 때 진짜 신중히 골랐습니다. 사전 설문조사까지 돌려서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도 살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행복하게 먹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첫째 날에는 아웃백 도시락, 둘째 날은 찜 닭, 셋째 날은 갈비탕을 먹었어요.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모습이 귀엽고, 행복했습니다.

 

지난번 동계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고등학생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다시 꼭 참여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 하계 프로그램에도 진짜 왔더라고요. 2번 연속으로 참여한 친구가 한 명 더 있었어요. 재능 봉사 캠프를 하면서 말하는 능력이나 생각하는 깊이에 있어서 성장하는 게 눈에 띄게 보여서 너무 뿌듯했습니다.

 

6. 토론이나 스피치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활동이나 능력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자신감이랑 당당한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건 내가 말하는 것을 누군가가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입 모양을 크게 해서 정확하게 발음하고, 안정된 톤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는 말하기의 내용이나 논리력을 키워야겠죠.

 

토론이라는 활동이 논리적인 말하기이고, 토론을 하는 근본 이유가 상대방을 설득해서 맞춰나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상대방과 대화할 때 의견을 경청하고, 나의 말로 다시 바꾸어 반박 또는 강화를 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요지를 파악하려면 잘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끊임없는 반복과 자료 조사를 꼽고 싶습니다. 상대팀 말을 듣기 전에 우리 팀 안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그 의사소통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우리끼리 잘 협의하고, 의견을 조율하여 3명의 갑, , 병이 하나의 의견으로 동시에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꼭 토론과 스피치를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다보면 그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이면을 찾아보게 되거든요. 그런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면 나의 의견을 정립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7. ‘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경험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사회는 지능적인 사회가 아닌 지성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은 모두 지성적이어서 대화할 때 희열을 느껴요. 보통 저희가 인문학 세미나를 하면 발제자가 하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말해요. 그럼 항상 마음 속으로만 생각했었던 주제들을 서로 얘기하고 고민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기분 좋아요(웃음).

 

작년에 과시 사회를 주제로 청론제를 열었습니다. 청론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론 축제를 여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사회자가 되어 현재 우리 사회가 과시 사회가 되어가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론제가 청에 들어와서 하게 되는 첫 큰 행사입니다. 그래서 더 부담도 크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워크를 확인하게 되어 뿌듯했습니다.

 

8. 반대로 힘들었을 때도 있으실 텐데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솔직하고, 진지한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단원들 한 명 한 명 알아가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모두 너무나도 대단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치가 뛰어나서 저만큼의 능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처음에는 열등감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피로사회라는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열등감을 가진 게 아니라 자기착취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의 문제였다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또 다들 제가 모르는 저만의 능력을 찾아주셔서 저도 단원들만큼이나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업무적인 고충을 얘기하자면 숙명토론대회 의전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학생 분들과 교수님, 심사위원 분들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변수가 많이 생깁니다. 이때 변수에 대처하고 상황을 조율하기 위한 순발력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또 참가자 분들께서 종종 결과에 대한 문의나 피드백을 요구할 때가 있는데, 이때 저희가 공정성에 어긋나지 않게 발언을 해야하고, 행동해야 하는 부분이 약간은 조심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큰 행사인 만큼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웃음)


9. 리더십 그룹을 활동하면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 성장했다고 느끼시나요?

 

저는 에서 활동하며 제가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편견이 많이 사라졌어요. 예전의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저도 모르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판단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가치관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이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보통은 친구들과 어떤 주제에 대해서 깊이 이야기 할 기회가 많이 없잖아요. 그런데 활동을 하면서 그런 기회를 많이 가졌고 그 과정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어떻게 판단하는지 등 자아에 대해서 탐색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다른 사람을 쉽게 신뢰하지 않고 자기 방어가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활동을 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마주하다 보니 옆에 있는 사람을 믿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팀워크라는 것을 배웠어요. 또한 예전에는 나와 의견이 다르면 저도 모르게 배척을 하였는데 이제는 인정하고 존중하며 논쟁을 즐기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와 다른 사람의 의견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서 새로운 사고와 식견들을 많이 듣고 배울 수 있었어요.

 


 

10. 마지막으로 숙명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은 토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내면을 듣습니다. 여러분들도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사회를 청()하길 바라요.

 

얼마 전에 멀티태스킹은 인간의 퇴화를 말한다는 내용의 책을 읽었어요. 멀티태스킹이 어떤 하나의 주제에 머물러 사유할 수 있는 힘을 약하게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숙명인들은 청이 인문학 세미나를 하는 것처럼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고 앉아서 오래 사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토론에 대한 흥미여부에 상관없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사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발언하는 것에 대해서 프레임을 씌우는 경우가 많아 발언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숙명인들만큼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숙명인들이 청론제와 같은 공론장을 마련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이를 통해 숙명의 슬로건인 gentle power를 실현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뿜어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7기 김민주(가족자원경영학과18), 18기 배주은(가족자원경영학과19)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