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전하다, 숙명의 얼굴이 되다” 숙명통역봉사단 인터뷰
INTERVIEW
5218
2020.02.27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06495/artclView.do?layout=unknown

얼마 전 열린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 등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큰 화제가 됐다. 그런데 미국 현지에서는 봉 감독 못지 않게 그의 통역을 맡은 한국인 샤론 최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봉 감독이 영화제에 나설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완벽한 통역을 선보인 그에게 외국언론들이 큰 관심을 보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샤론 최처럼 통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포털 검색어를 휩쓸 정도였다.

이처럼 통역만 잘하는 것도 화제가 되는 시대, 외국어가 필수인 시대에 스펙으로서가 아닌 봉사활동으로 통역을 하는 숙명인들이 있다. 각종 교내외 행사에서 유려한 통역솜씨를 뽐내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이들은 바로 숙명통역봉사단이다. 숙명의 자부심을 품고 더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숙명통역봉사단 19대 학생대표 김유진(테슬전공19, 이하 유진), 19대 영어대표 및 외부활동담당 정유빈(영어영문학부19, 이하 유빈), 19대 일어대표 강채정(일본학과19, 이하 채정), 19대 중어대표 김유림(중어중문학부19, 이하 유림)입니다.

 

2. 숙명통역봉사단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2002년 국내대학 중 최초로 만들어진 대학생 통역봉사단체 입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단원들이 숙명의 자부심과 긍지, 끊임없는 노력과 봉사정신으로 교내는 물론, 국가적 차원의 국제 행사 및 민간 외교분야에서 통역활동을 하며 대학과 국가의 홍보사절단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3. 지금까지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무엇인가요?

 

유진: 봉사단에 입단하고 첫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작년 6월에 제2차 국제재판회의에서 태국과 미얀마 대표의 리에종(연락담당자)을 맡았었는데요. 제 첫 통역활동임에도 불구하고 큰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갖고 3일간 수행한 통역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유빈: 여름방학에 했던 어린이 언어 캠프인 한별캠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영어 담임 선생님을 맡았는데요. 전체적인 기획부터 교재 제작까지 해야 했고 4일 내내 거의 하루종일 아이들과 수업하고 놀아주는 역할이었어요. 준비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아이들의 순수함 때문에 많이 행복했어요.

 

채정: 저도 한별캠프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저는 일어반 선생님이었는데 말씀하신 대로 준비 과정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막상 캠프 당일이 되니까 아이들이 너무 잘 따라줬어요. 심지어 내년에도 와 달라고 우는 친구도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활동이었구나 싶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유림: 저는 아시아 드라마 컨퍼런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제가 맡은 역할은 중화권 드라마 관계자 분들의 의전을 담당하고 통역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주최 측의 공지를 전달하고 그분들이 다른 외국 참가자들이나 관계자들과 대화할 때 통역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분야고, 드라마 관계자들도 직접 만나볼 수 있어서 특별했습니다.

 


세계리틀야구대회 통역봉사 활동 당시

 

4. 활동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유림: 제 실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걸 느낄 때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통역이나 번역을 더 잘하고 싶은데 잘 안돼 아쉬울 때가 기억에 남거든요.

 

채정: 외부에서 한 일본 분을 담당해 의전을 수행했는데요. 그런데 그분이 영어를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다른 분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시더라고요. 거기다 영어와 일어를 섞어서 말씀을 하시니까 저는 일어로 지원을 했는데도 영어까지 통역을 해야 했어요. 처음엔 당황도 하고 힘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현장에 나가면 상황이 내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도 흘러가는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유빈: 영어가 바로바로 안 나올 때 불안한 건 앞의 분들과 비슷하고요. 저는 행사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점이 힘들었어요. 제가 아침잠이 많은 편이거든요.

 

유진: 제 첫 활동인 리에종 활동을 하면서 전달 실수를 했던 적이 있어요. A 회의장에 가야 할 걸 실수로 C 회의장으로 모셔간 거죠. 도착했더니 아무도 없었어요. 여기서 기다리시면 된다고 확신에 차서 말씀을 드렸는데 담당자 분께 연락이 왔고 얼른 본 행사장으로 모셔가야 했죠. 아무래도 긴장한 탓도 있고 제가 숙지를 제대로 못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많이 당황하고 자책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 다음 활동부터 세세한 것 하나까지도 챙기게 되는 계기가 됐거든요.

 

5. 통역봉사단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유빈: 영어 지원자의 경우에 제 생각엔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자신의 말을 표현할 수 있고 딱 들었을 때 알아들을 수준이라면 누구든 도전은 가능한 것 같아요. 수능 1등급, 토익 몇 점 등의 어학시험 성적보단 실전 회화 실력이 더 중요하죠.

 

채정: 전문언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할 때의 자연스러움도 중요해요. 현지인처럼 자연스러운 말투와 톤을 가지고 있으면 통역하기도 쉽고 듣는 사람도 알아듣기 좋으니까요.

 

유림: 제 생각도 비슷해요. 먼저 중화권 분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고, 자기 말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진: 저도 동의하고, 추가적으로 덧붙이자면 말을 융통성 있게 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6. 통역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역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유림: 숙명통역봉사단의 자체교육프로그램인 GEP(General Education Program)LEP(Language Education Program)를 통해 준비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GEP에서는 전문가를 초청하여 의전기술이나 통역지식을 배우게 되고요. LEP를 통해서는 외국어로 토론과 통역을 하면서 실전 연습을 하고 있어요. 또한 행사에 나가게 되면 주최 측에서 사전 자료를 주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전문용어와 행사내용을 공부해갑니다.

 

유진: 저는 추가적으로 인사를 준비해가요. 통역을 해드릴 분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거죠. 가서 말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말이 바로 안 나올 때가 있어서요.

 

채정: 통역 활동을 할 경우는 행사에 대한 파악과 통역하게 될 인물에 대해 사전 파악을 해요. 특히 일어의 경우 경어 사용을 해야 해서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유빈: 세계리틀야구대회를 예로 들어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계리틀야구대회는 숙명통역봉사단이 지금까지 4년 동안 전담으로 담당한 행사인데요. 제가 스포츠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야구에 대해선 거의 몰랐어요. 그래서 관련 용어를 미리 유튜브로 찾아보기도 하고 혹시 몰라서 경기 방법을 영어로 설명하는 걸 연습하기도 했어요. 또 매일 경기가 끝나면 다른 팀을 담당하는 단원들과 그날 쓰였던 단어에 대해 공유하면서 보완을 했던 것 같아요.

 

7. 언어를 학문으로서 공부하는 것과 통역하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유진: 이 질문을 보고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일단 학문으로서 언어를 공부할 때는 규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통역은 문법적인 부분이나 규칙보다는 행사의 정보나 분위기, 통역하게 될 인물의 정보 같은 부가적인 요소들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유림: 중국어를 처음 배울 때는 원어민처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한국어는 신경 안 쓰고 중국어로만 사고하려고 노력했어요. 근데 통역을 하다 보니 중국어로만 표현하던걸 한국어로는 어떻게 말해야 하지 하는 고민을 하면서 오히려 우리말에 더 신경을 쓰게 된 것 같아요.

 

유진: 통역하면서 한국어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웃음)

 

유빈: 영어영문학부로서 수업에서는 영어가 어떻게 발음되고 쓰이는지 공부를 한다면, 통역을 할 땐 효율성을 더 따지는 것 같아요. 물론 사전적 의미를 통해 똑같이 통역할 수도 있겠지만 말하는 사람의 언어에 맞춰서 의미와 뉘앙스를 알아야 하고 언어별 문화에서 영향을 받는 점이 많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다른 것 같습니다.

 

채정: 학문적인 영어 공부는 혼자서도 할 수 있잖아요. 통역은 사람 대 사람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같은 언어 외 부가적인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여름방학에 실시했던 어린이 언어캠프 '한별캠프'

 

8. 통역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가요?

 

유림: 상대방이 하는 말의 핵심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행사에서 긴장하거나 정신 없더라도 핵심을 잘 캐치한다면 잘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중국어는 외래어가 정말 많이 없어요. 중국식으로 다 바꿔서 쓰기 때문에, 중국식 외래표현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채정: 상대방이 말하는 걸 왜곡 없이 통역하는 것이요. 물론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도 중요하겠지만 상대가 어떤 의도나 의중을 가지고 이 말을 했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다른 뜻으로 통역할 수 있기 때문에 포인트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빈: 저도 뉘앙스가 중요한 것 같고 순간적인 판단력도 중요한 것 같아요. 통역하다 보면 상대의 모든 말을 일일이 통역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이 부분을 통역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도 통역사의 몫이에요.

 

유진: 통역을 할 때, 자신감을 갖고 확신을 갖고 말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듣는 사람이 저희를 믿을 수 없고 혼란스럽기 때문이니까요.

 

9. 실제로 외부에 통역사로 파견을 나가신다고 들었습니다. 교내에서 활동할 때와 가장 차이점을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유림: 학교에서는 저희를 학생으로 보지만, 밖에서는 저희를 통역사로 대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교내활동에서도 책임감을 갖지만 외부활동 시 더 막중하게 느껴집니다. 숙명여대와 통역봉사단의 얼굴이 되는 것이니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채정: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활동하게 된다는 점도 차이점인 것 같아요. 또 외부 행사는 처음 의뢰가 들어온 경우가 있어서 조언해줄 사람이 없을 수 있어요. 그래서 더 긴장하며 준비를 하게 된다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유빈: 떨리긴 둘 다 떨리지만 숙명통역봉사단이름을 가지고 가기 때문에 선배님들께 누가 되지 않게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또 학교 이미지를 보여주는 거라서 태도나 언행을 더 조심하게 됩니다.

 

 

 

10. 본인에게 숙명통역봉사단은 어떤 의미인가요?

 

유림: 나를 크게 성장시켜준 고마운 존재. 통역 경험이 전혀 없던 저에게 많은 경험을 줘서 언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고, 단원으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하니까 정신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채정: 저와 언어를 이어준 계기인 것 같아요. 일본학과는 일본어보다는 일본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 위주의 전공이어서 일본어 사용이 가능한 수업이 조금 제한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통역봉사단에 들어와서 외국어로 토론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일본어에 대해 고민해보게 한 것 같아요.

 

유빈: 대학와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중고등학생 때 꿈이 통역사여서 통역봉사단에 정말 들어오고 싶었어요. 활동하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스스로 성취감이나 뿌듯함을 느끼면서 정신적으로 만족감도 되게 많이 얻었어요. 활동이 끝낼 때마다 허투루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도 들고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유진: 통역봉사단은 기회의 문이라고 생각해요. 입학하고 바로 이 그룹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솔직히 새내기로서 절대 할 수 없는 다양한 기회도 접했고 사람을 많이 만났거든요. 외국어를 잘 하고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지 단원들과 좋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11. 마지막으로 숙명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유진: ‘언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에 19기를 모집 중인데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지원하시기 바랍니다.

 

유빈: 통역봉사단 이미지가 되게 전문적이고 다가가기 어렵다고 들었어요. 그런 부담은 접고 편안하게 다가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8기 김예림(역사문화학과18), 임나영(경영학부18)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