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물결이 되어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요” 전시 소모임 청파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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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5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07087/artclView.do?layout=unknown

전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단순히 작품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이유로 요즘의 전시는 누구나 접하기 쉬운 문화생활로 거듭나고 있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결성한 우리대학 전시 소모임 청파는 전시회를 보러 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주최한다. 이들은 지난 2, 용산구 효창원로에 소재한 김세중 미술관(예술의 기쁨)에서 숙녀에게라는 주제로 첫 전시회를 열었다. 각자의 철학과 목소리를 담은 작품으로 무사히 전시를 마친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숙명통신원이 만나 들어보았다.

 


<전시 소모임 '청파'가 주최한 첫 전시회에서>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번 숙녀에게전시를 진행한 전시 소모임 청파의 김가은(미디어학부13, 이하 김(미디어)), 김지원(시각영상디자인과, 이하 김(시영디)), 서예진(가족자원경영학과18, 이하 서), 성현빈(영어영문학부18, 이하 성), 송혜빈(시각영상디자인과18, 이하 송), 정지숙(법학부, 이하 정), 조소연(한국어문학부18, 이하 조)입니다.

 

2. 소모임 청파라는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모임의 이름인 청파는 푸를 청()에 물결 파()를 씁니다. 팀원 한 명 한 명이 푸른 물결이 되어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를 영문으로 바꾸어 ‘Blue waves’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3. 전공이 정말 다양한데,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결성과정이 궁금합니다.

 

시각영상디자인을 전공하는 두 명의 학생((시영디), )이 먼저 장르와 전공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전시를 해보자라는 생각에 커뮤니티에 모집글을 올렸고, 다른 친구들이 이를 보고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4. 전시는 이미 끝났지만, 직접 보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서 짧게 작품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미디어): 저는 여성 주인공이 주체적으로 삶을 모험해가는 이야기를 한국 신화 형태의 일러스트로 그렸습니다.(웹에 전재되는 걸 원치 않아 이미지는 업로드하지 않습니다.)

 

(시영디): 저의 작품 그곳’ The Journey To Utopia는 차별과 억압이 없는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여행을 떠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에요. 유토피아를 찾아 떠난 여정 속에서 마주한 위기들은 여성이 사회로 나아갔을 때 마주하게 되는 현실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토피아는 결국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지만 여성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간다는 결말을 담고 있죠.


<김지원 학생의 작품> 

 

: 제 작품은 크게 [‘ ’의 다락방]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작게는 4개의 작품으로 나누어 설치되었습니다. [' '의 다락방]마음속에 자리 잡은 나만의 다락방, 나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의, 누군가의, ‘ ’의 이야기 (your, our)'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저는 총 다섯 작품을 전시했는데요, 첫 번째 작품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프시케의 사랑을 재해석한 그림입니다. 원 신화에서는 프시케가 에로스와 사랑에 빠지지만, 제 그림의 프시케는 더 높이 날고픈 인물로, 에로스의 날개와 사랑에 빠져 마침내 그것을 쟁취하게 됩니다.

두 번째 작품은 <Fair Lady?>입니다. ‘Fair’라는 영단어를 언어유희로 사용했으며, 여성에게 부여되는 아름답게 꾸미고 가사를 잘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과연 정당한지를 묻는 그림입니다.



<성현빈 학생의 작품>


나머지 작품은 모두 시로, 제가 담고자 하는 의미는 분명하지만 장르 특성상 읽는 이의 감상을 해치고 싶지 않아 부연 설명은 담지 않았습니다.

 

휩쓸리지 마라. 너는 배가 아니다. - 파도

예사로운 하늘조차 애달프게 만드는 잠깐의 주삿바늘 같은 통증이 있다 - 젊은 우리들의 슬픔

이봐요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 어디에 가야 하나요 - 야상곡

 

: 저는 우울을 주제로 회화 작업을 했는데요, 우울이라는 감정은 이제 현대인에게 감기와도 같은 보편적인 감정이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러한 내면의 우울을 끄집어내 캔버스 위에 바른다는 느낌으로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이 마치 칼처럼 우리에게 상처 입히며 또한 우리가 무심코 던진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거울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드러나길 바라며 과잉 소통 장애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송혜빈 학생의 작품>

 

: 제 작품 미완의 걸음도전, 성공, 실패를 의미하는 세 개의 캔버스로 이루어져 있어요. 또 각 캔버스마다 대표하는 색을 정했는데, 도전은 분홍, 성공은 반짝이는 분홍색, 실패는 검은색이에요. 목표를 달성하면 그동안의 노력은 진짜 박수받는 노력이 되고, 남들과 같은 시간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의미 없어지는 씁쓸한 현실에서 무엇이 되었든 그래도 만큼은 내가 걸었던 모든 순간을 잊지 말자고 말하고 싶었어요.



<정지숙 학생의 작품>

 

: 저는 시 5편을 전시했습니다. 의미를 최소화하는 시들을 전시하여, 독자들께서 우리가 삶 속에서 무심코 쉽게 상실되어가는 것들을 감지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아래는 제가 전시했던 5편의 시들의 일부분입니다.

 

비가 그치면 삶을 저당잡힌 기분으로 젖은 눈동자를 흰 구름 위에 널어놓았고 - 론도

그것은 매 순간 성실한 이들의 삶이 가차 없이 소진되고 있다는 증거. - 선악과

목소리를 뜨는 코바늘은 늘 부족한 털실에 울음 운다 - 최근

그런 것을 보면 어쩐지 잠이 들고 싶었다 - 백자

어디선가 다시 종이 울린다 - 弔鐘

 

5. 이번 전시의 주제인 숙녀는 어떤 의미인가요?

 

숙명인, 다시 말해 숙녀가 만든 전시회인 만큼 첫 전시회 주제로 숙녀를 택했습니다. 또한 숙녀라는 큰 주제 아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이 주제로 사회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숙녀의 이미지와는 다른 현실적이고 솔직한 숙녀는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으로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6.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단체작을 그릴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7명이 커다란 캔버스 앞에 모여서 이리저리 물감을 가지고 진짜 재미있게 놀았어요(웃음). 그런데 또 이름에 걸맞은 멋진 그림으로 완성해서 신기하고 즐거웠어요. 이 에피소드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7. 전시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모두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었기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전시장 대여였습니다. 다들 학생이기에 큰 금액을 투자할 여유가 없었고, 많은 고민을 하면서 전시장을 알아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좋은 기회로 예술의 기쁨과 연이 닿아 학교 근처에서 전시를 열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 컨택을 위해 노력해 주신 가은 님과 예술의 기쁨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방문객이 굉장히 적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8.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미디어): 이번 작품의 연작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다른 여성 주인공 신화, 고전문학에 대한 일러스트도 그리고 싶습니다.

 

(시영디): 저는 사랑에 대한 주제도 다루어 보고 싶어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주제로 다루면서 관람객분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고 싶어요.

 

: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팝아트처럼 그려서 크게 전시해보고 싶습니다. 사람의 얼굴에는 각자의 사연, 상황 그리고 인생이 나타난다고 하여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 저는 환경 관련 작품을 내보고 싶습니다.

 

: 우리의 을 주제로 다뤄보고 싶습니다. 이번은 첫 전시인 만큼 각자 본인의 작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조금 포괄적인 주제를 선정하였는데, 더 범위를 좁혀 다 함께 토론을 거쳐 한 주제에 대한 각자의 다양한 비판적 시각과 표현방식을 보여주는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청파가 전시 기획 소모임으로 시작했지만 독립출판이나 인디 잡지 등 다양한 분야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고, 음악이나 대형 설치와 같은 분야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해보고 싶습니다.

 

: 저는 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판사 혹은 의사와 같이 어릴 적 장래희망 칸에 쓰던 명사형의 꿈이 아닌,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 ‘나의 꿈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나의 어머니의 꿈, 친구들의 꿈과 관련한 작품 등 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로 가득 채워진 전시장을 보고 싶어요.

 

: 저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9. 앞으로의 청파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실 예술을 전공하고 창작하는 사람들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표현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공자들이 아니면 그런 것들을 이렇게 표출하고 전시할 기회가 많이 없어요. 표현하고 싶은 모든 학생 분들이 자유롭게 표현을 하며 그 과정과 결과에서 행복을 느끼는 모임으로 성장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한 사회가 외면하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용기 있게 다룰 수 있는 모임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취재: 숙명통신원 18기 김지후(사회심리학과18), 유혜지(영어영문학과18)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