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법 관련 직업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통은 쉽게 판사, 검사, 변호사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법조계에 종사하며 정의를 위해 발로 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가운데 해군 내 여군으로서 첫 대령 진급자이자 올해 새롭게 창설된 해군검찰단의 첫 단장으로 임명된 고민숙 동문(법학00졸)이 있다. 고 동문은 해군 법무관 25기로 임관하여 해병대사령부 법무실장, 해군본부 법무과장, 국방부검찰단 고등검찰부장 등을 두루 거친 법 전문가다. 해군의 여성 법무관으로서 처음이라는 두려운 시작이었지만 최초 검찰단장으로서 해군의 인권과 부대의 기강을 굳건히 지켜내는 고 동문을 숙명통신원이 만나보았다.

1.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 96학번 고민숙입니다. 저는 17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한 후 2004년 군법무관으로 임용되었으며, 현재는 해군검찰단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 ＇해군 법무관＇이라는 직업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군법무관’은 변호사자격을 가지고 법무병과 장교로 임관하는 대한민국의 장교입니다. 군법무관의 소속 군이 육·해·공군으로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역할은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군의 특성에 따라 조금 더 부각되는 법률지원 업무가 있기는 합니다. 그 중 해군법무관의 경우 함정에 편승하여 훈련, 파병을 가고 있습니다. 저도 2012년 순항훈련전단에 법무참모로 편승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군법무관은 군 범죄에 관한 수사, 기소 업무를 수행하며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군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으로, 직책에 따라 군판사, 군검사 그리고 국선변호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군이 정책을 수립, 진행하는 데 있어 법률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분쟁 등이 발생하면 송무 업무도 수행합니다. 그리고 군사 작전의 적법성 보장을 위한 업무, 장병과 군무원의 인권 보장 업무도 수행합니다.

3. 법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 중 해군 법무관이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러한 질문을 종종 받는데요, 처음부터 군법무관이 되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법조인의 꿈을 가지고 공부하던 중, 군법무관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군으로서 또 법조인으로서 군에서 근무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군법무관 선택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새로운 분야에 대해 두려움이 없어지도록 용기를 주신 법학과 교수님의 격려도 군법무관을 택하게 된 계기 중 하나입니다. 육·해·공군 중에 해군을 택하게 된 이유는 당시 제가 시험에 합격했을 때 해군에는 여성 법무관이 없었습니다. 해군 내 여군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여성 법무관이 꼭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고, 처음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걱정도 있었지만 새로운 영역에서 도전해 보자는 생각으로 해군 법무관이 되었습니다.

4. 새로이 창설된 ＇해군검찰단＇이 군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해군검찰단 창설 이전에도 검찰부는 존재했습니다. 다만 해군검찰단을 창설하게 된 이유는 각급 지휘관에게 부여된 검찰 지휘권을 해군참모총장으로 일원화하여 보다 엄정하고 신속한 사건처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창설된 해군검찰단은 고등검찰부와 보통검찰부로 나뉩니다. 고등검찰부는 검찰 사건의 관할 조정, 항소 및 상고 사건에 대한 공소 유지, 과학수사 업무를 담당하며, 보통검찰부는 관할 형사사건 수사, 변사자 검시 및 부검 지휘 등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출처 : 국방일보]

5. 해군 최초 여군 대령으로 진급하셨습니다. 여군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타군에는 이미 여군 대령이 있지만, 해군에서는 최초 여군 대령이 되었습니다. 여군과 남군을 구별하여 여군에게 필요한 역량이 별도로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자신의 역량 및 개성을 발휘하여 업무를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과 남성을 나누어 ‘남성이 하는 방식대로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발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6. 지금 맡고 계신 자리가 막중한 책임감이 부과되는 자리일 것 같은데요.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계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지금 맡고 있는 업무가 2021년 2월 1일 창설된 부대의 장이고,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검찰권을 행사하면서도 피의자와 피해자의 인권을 모두 생각해야 하는 자리라서 막중한 책임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해군 최초 여군 대령으로 진급하면서 그 무게감도 많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믿어주신 만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공감하고 함께 문제를 고민하여 해결책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7. 군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찼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해군에서 인권과장과 양성평등센터장의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인권과장 업무를 수행할 때 밤 9시쯤 병사가 상담 전화를 걸어왔는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 즉시 부대장 등에게 연락을 취해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그 병사의 생명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국선변호를 하면서 법률 자문 등을 해주었는데, 그분들이 군대에서 다시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고마웠다＇라는 말을 전해주고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을 때가 기억에 남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8. 해군검찰단의 초대 단장으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새롭게 창설된 부대인 만큼, 먼저 부대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해군검찰단의 슬로건이 ＇엄정하지만 따뜻한, 단호하지만 유연한, 국민과 장병에게 믿음을 주는 해군검찰단＇입니다. 위 슬로건이 해군검찰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9. 마지막으로 군인 혹은 군법무관을 꿈꾸고 있는 숙명의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숙명여자대학교를 다니며,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라는 슬로건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순헌관에 붙어 있는 슬로건을 보면서 ＇나는 장차 졸업하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섬김＇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군인 또는 군인 중에서도 군법무관이 되고 싶다면, 도전해 보십시오.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움 힘＇ 그리고 ＇섬김＇을 군에서 발휘하고 실현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9기 부지예(한국어문학부20), 장다희(법학부20)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