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학 111주년 기획 인터뷰 시리즈 [르네상스 숙명, 길을 묻다] - ⑦ 숙명 미주총동문회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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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9145/artclView.do?layout=unknown



우리대학 미주총동문회의 역사는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2의 창학을 선언하며 등록금 한번 더 내기 운동을 시작한 이경숙 전 총장은 미국을 방문해 동문을 만난 자리에서 미주지역 동문들이 모교에 힘과 응원을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당시만 해도 남가주, 시카고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동문회가 있었지만 미주 전역을 아우르는 총동문회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나 이 전 총장이 미국을 재방문한 1998년, 각 지역별 임원들이 LA에 모여 미주총동문회의 결성을 선포하며 미화 5,000달러를 모아 모교에 전달했다. 또한 이듬해 시카고에서 미주총동문회 결성을 위한 총회가 열렸고, 드디어 2001년 제1회 미주총동문회가 LA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최대 규모의 해외 동문지부인 미주총동문회의 역사적인 출범이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이 있다. 머나먼 타지에서 생업에 바쁘다보면 모교에 대한 애정도 자연히 식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주총동문회는 지회 별로 돌아가며 2년마다 꾸준히 동문들이 모여서 추억을 나눌 장을 마련했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모교 발전을 위해 십시일반 모은 발전기금을 매번 조성해 후배들의 교육여건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2002년 미주지역 동문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SMAIF(숙명글로벌장학재단)는 미주에 있는 한국 대학 동문회 사상 처음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비영리 기부재단으로 공식 인가를 받아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르네상스 기획인터뷰에서는 창학 111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제9회 미주총동문회 총회 준비에 정성과 수고를 아끼지 않은 라스베이거스 동문회 임원[지회장 김영숙(화학85졸)] 및 차기 총회 집행부로 결정된 텍사스 동문회 회장단[지회장 심지수(영문87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으며, 따로 답변한 동문들을 구별해 표기하지 않았다.

    

이형진 대외협력처장(이하 이 처장): 미주총동문회는 구성원이 1,000여명이 훌쩍 넘는 가장 큰 해외지부모임입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주총동문회(이하 동문회): 미주총동문회는 지난 1999년 처음 설립돼 올해로 그 역사가 18년째입니다. 숙명의 위상을 미국 전역에 드높이며 모교발전과 동문들 간의 끈끈한 정을 도모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2001년 미국 LA에서 제1회 미주총동문회가 열린 이래 올해 제9회 라스베이스거스 미주총동문회에 이르기까지 숙명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여러 주에서 골고루 모여 모교 발전을 위한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주총동문회 홈페이지도 운영 중 인데요(https://www.sookmyungusa.com/),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정말 열심히 활동하시는 선배님과 후배님들을 보다보면 저처럼 흐뭇하게 지켜보는 대다수 동문들도 어느새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2001년 역사적인 LA 제1회 미주총동문회 개최 당시 단체사진


이 처장: 지금까지 미주총동문회 총회는 대부분 동문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 중심으로 개최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라스베가스총회는 거주 동문 숫자가 10명 남짓이라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문회: 사실 2년 전 저희 라스베이거스 지회가 총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라스베이거스 동문 대부분은 반가움보다 걱정이 훨씬 더 컸습니다. 지회 동문들이 많이 당황했죠. 아무래도 거대한 행사를 담당할 인력과 경험의 부족 때문이었는데요. 그런데 김영숙 라스베이거스 지회장님이 한분한분 찾아다니며 설득한 덕분에 결국 이렇게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매우 보람되고, 학교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아주 의미가 큰 행사였다고 평가받았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진리를 이 나이에 또 배웠습니다.

    

이 처장: 총회를 준비하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요?

    

동문회: 아무래도 가장 힘들었던 점은 경험 부족에서 오는 시행착오와 총회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대한 걱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시간은 부족한데 준비할 건 너무나 많아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습니다.

    

다행히 회장님이 꼼꼼하신 성격으로 철저한 준비를 하셔서 별 탈 없이 무사히 마치게 된 것 같습니다. 오히려 2년간 행사 준비로 수많은 동문들에게 연락을 드리면서, 그리고 총회 기간 중 이곳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동문 선배님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더 큰 보람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처장: 모교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없이는 이런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미국 전역에서 찾아오는 노력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해외에 나가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던데, 미주 동문들에게 숙명여대는 어떤 모교입니까?

    

동문회: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20년 이상 사신 분들입니다. 타향에서 고군분투하며 살다보니 사실 그동안 동문회라는 조직이나 소속감 같은 것을 느낄 틈도 없이 바쁘게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선배님,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그 소리가 마치 정말 그리워하던 고향의 엄마 품 속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울컥했답니다. 이곳 미국의 동문회 문화는 한국과 달라요. 여기는 동문회 조직을 통해서라기보다 졸업 후 나와 모교라는 1:1 관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응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숙명여대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모교이고, 추억을 공유하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 크다보니 어떤 크고 작은 변화나 사건, 사고 등을 접할 때마다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인터넷 등의 매체가 발달했다고 하지만 물리적 거리나 생활반경에서 멀다보니까 아무래도 학교 소식을 듣는 것에 한계가 있어요.

    

최근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섰고, 여러 뉴스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끼는데 우리 모교도 이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더욱 열리고 발전하는 학교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처장: 숙명여대 학창시절 생각나는 행복한 기억이나 특별한 추억이 있다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동문회: 대학교 1학년때 첫 미팅에서 만난 남학생을 축제에 초대해서 놀았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네요(웃음). 제가 영문학을 부전공했는데 황선혜 전 총장님, 이숙희 교수님께 들었던 강의가 생각납니다. 특히 이숙희 교수님의 영문법 수업에서 프랑스어와 영어의 관계대명사 비교에 대한 리포트를 썼는데 학점이 후하지 않으셨던 걸로 기억해요.(웃음) 그래도 그때 받은 훈련이 미국에서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당시 교수님들이 굉장히 수업 준비를 꼼꼼히 해오시고 강의도 촘촘히 하신 인상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당시에 정문을 들어서면 오른쪽 학생회관 건물 1층에 명오재라는 휴게소가 있었어요. 편안한 소파에 앉아 당시 교내 동아리에서 돌아가며 판매했던 얇은 김밥과 튀김 만두로 점심을 해결했던 일, 예쁜 연못가에서 분수를 보며 재잘거렸던 시간, 잔디밭에서 그 당시 유행하던 김현식의 ‘사랑했어요’ 노래를 부르며 기타를 치던 추억, 서관(명신관)에 있던 클래식 감상실에서 공강 시간마다 음악을 감상했던 일 등 많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이 처장: LA,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카고에서 뿐만 아니라 미주 토론토와 멀리는 알래스카에서도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참석하신 동문들이 많습니다. 이중에는 80세가 훌쩍 넘은 연배를 가지신 동문님도 계십니다. 무엇이 이분들을 이 자리로 오게 만든 걸까요?

    

동문회: 해외에 오래 살다보면 아무리 감정이 메마른 사람도 고향이 그립고 친구가 보고 싶은 법입니다. 학연(學緣)이라는 표현이 한국에서는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타국에서는 이 학연이 우리의 울타리가 되고, 그 덕분에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선배님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미주총동문회를 위해 쉽지 않은 여건에서도 참 많은 준비와 헌신을 하고 계신 것을 깨닫습니다. 이러한 열정적인 참여의 동력은 바로 모교에 대한 자부심, PRIDE 덕분이겠죠.

    

여담으로 말씀드리자면 올해 미주총동문회가 열린 라스베이거스는 미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 1위에 꼽히는 지역입니다. 세계 최대, 최고의 호텔과 5성급 식당들이 즐비하고 연예 엔터테인먼트와 공연에 더해 카지노까지 있는 환상의 인공 도시니까요. 오래 전에 미국으로 건너온 동문들 중에는 그동안 시간이 없거나 자녀 교육상 오지 못했던 분도 계실 텐데 총동문회 개최를 계기로 많이 찾아주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처장: 이번 라스베이거스 총회에서는 총 8천만원이 넘는 발전기금이 모금됐습니다. 또한 비영리법인 SMAIF를 통해 매년 모교를 위한 발전기금을 모아주고 계십니다. 발전기금이 어떻게 쓰였으면 좋을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문회: 글쎄요, 기부자들이 용처에 대해 언급을 하는게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금을 운용하는 전문가들께서 어련히 잘 집행하시겠죠. 다만 성실하고 똑똑하지만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모교 발전을 위해 좋은 교수진을 모시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해외 동문의 입장에서 동포 및 자녀들을 위한 다양한 내용의 모국 방문 프로그램이 있다면 자식들과 함께 참여하면서 사회봉사도 하고, 엄마나 할머니의 모교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처장: 한국에서 모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한국 대학 출신들과 미국 대학 졸업자들을 만나셨을 텐데, 숙명여대 출신들의 차별화된 강점이나 앞으로 숙명여대 졸업생들이 갖추었으면 하는 역량 같은 게 있을까요?

    

동문회: 저희 선배님들을 뵈면 대부분 매우 겸손하고 품위가 있으세요, 또 만나면 항상 정겹고 마음이 따뜻하시죠. 아무래도 숙대라는 타이틀이 달렸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행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미국 대학 졸업자들이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문화와 언어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 사는 곳은 거의 비슷한 맥락의 사회성을 요구하니까요. 진실성은 어디서나 통하고요. 다만 미국의 경우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건데 개인의 개성과 독창성을 더 인정해주고 기다려준달까요?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해도 과정을 중시하고 기회를 여러 번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꼭 필요한 역량이라고 한다면 역시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성실성이 아닐까 싶고, 결국 인성이 좋아야 좋은 열매를 맺는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 후배님들이 멜팅 팟(Melting Pot·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하나로 융합되는 현상 혹은 장소, 인종의 용광로)인 미주 지역에 살게 된다면 글로벌 시대에 맞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겸손을 기반으로 한 적극성을 반드시 갖춰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2017년 라스베이거스 미주총동문회에서 열린 50+ 명예졸업식 행사


이 처장: 대학의 글로벌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교 졸업생들이 좁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왜 세계무대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 어떤 변화나 도전을 겪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동문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우리 후배님들은 분명히 외국에서도 경쟁력이 있고, 그 빛을 발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연결 부분에 있어서 아직은 개인이 짊어지고 책임져야 할 무게가 너무 큰 것 같아요. 좁게는 학교 차원에서, 넓게는 국가 차원에서 보다 글로벌 무대 진출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줄 필요가 있고, 또한 양질의 정보를 많이 제공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후배들이 시행착오를 좀 더 줄여서 당당한 글로벌 인재로 자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해외로 나아가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좋은 점을 받아들여 사고의 폭을 넓혔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언어의 장벽을 극복해야겠죠? 그리고 다양한 사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혹시 미국으로 오게 될 미래의 후배들이 이 인터뷰 기사를 읽고 있다면, 미주총동문회가 적극 도와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웃음)

    

이 처장: 끝으로 재학생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문회: 사랑하는 후배님들, 아름답게 피어나는 청춘이 되길 바랍니다.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 시대이지만, 그 속에서 공부하고 고뇌하며 성장하는 후배들이 됐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섬기는 리더십을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마음껏 사랑하고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이상을 펼치세요! 그 길 앞에 놓인 삶은 언젠가 여러분의 노력에 대해 보상해줄 겁니다. 학교도 세상의 변화에 따른 지식을 가르치는 역할과 더불어 진정성과 순수성을 겸비한 숙명인을 배출하는데 더욱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숙명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