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성야구심판’ 전문숙 동문을 만나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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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7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9204/artclView.do?layout=unknown

스포츠에서 여성의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심판 분야에서는 여전히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야구나 축구처럼 인기가 높은 종목에서 여성 심판을 보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유리천장을 깨고 숙명의 부드러운 힘을 널리 알리는 동문이 있어 화제다. 한국 대학야구의 유일한 여성 심판인 전문숙 동문(체육교육90졸)이다. 전 동문은 한국대학야구연맹이 대학야구에 전속심판제를 도입하면서 선발한 8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남성의 공간으로 인식됐던 그라운드에서 당당히 활약하며 우먼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전 동문을 숙명통신원이 만나보았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숙명여대 체육교육과를 1990년도에 졸업하고 소프트볼 선수로 활동하다가 현재 대학야구 주말리그에서 심판을 맡고 있는 전문숙입니다.

    


- 재학 당시, 소프트볼 국가대표로 발탁되셨다고 들었는데, 소프트볼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고등학생 때 핸드볼을 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수업시간에 소프트볼을 접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냥 흉내만 내던 시절이었죠. 어느날 저희 학교에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선배가 학교 홍보를 하러 왔어요. 그 선배가 입고 있는 옷 뒤에 SSBC(Sookmyung Soft Ball Circle)라는 약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나도 숙명여자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 일을 계기로 숙명여대에 들어가 소프트볼 동아리에 가입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소프트볼’ 종목은 유사한 종목인 ‘야구’보다 비인기종목인데 소프트볼을 하면서 느끼신 어려움이나 불편함은 없으셨나요?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딱히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어요. 다만 운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소프트볼’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한다는 걸 느꼈죠.

    

- 체육교육과를 졸업하셨는데, 교육자의 길이 아닌 심판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엔 체육과목 선생님을 꿈꿨습니다. 체육교육과였기 때문에 교원 자격증은 나오고 임용고시만 치면 됐었죠. 그러다 점점 공부를 하면서 교수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고 싶어 모교에서 석사를 마쳤어요. 그리고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고려대 대학원에 시험을 보고 몇 번의 실패 끝에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99년부터 대학원을 다니면서 심판 활동을 병행했는데 수업과 심판을 같이 하려다 보니 힘들더라고요. 그러다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소프트볼 경기를 보게 됐는데 소프트볼 심판이 여자인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서 ‘나도 저런 국제 여성 심판이 되고 싶다’ 생각했죠. 박사학위보다 심판 활동에 열중하는 바람에 아직 수료를 못한 상태에요.(웃음)

    


- 2005년 국제소프트볼 심판 자격을 따낸 뒤 선수와 심판을 병행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혹시 국제 심판을 준비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국제소프트볼 심판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소프트볼 국제 경기를 직접 눈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당시 활동하고 계시던 소프트볼 국제 심판분에게 메일로 연락을 드렸죠. ‘나는 국제 심판을 꿈꾸는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든 비행기 표를 구할테니 소프트볼 올림픽 경기 표를 달라’라는 내용이었어요. 그 심판은 저에게 오라고 답변을 주셨고, 저는 홀로 아테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어요. 돈이 없다보니 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일은 빈번했죠. 이렇게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열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2005년에 캐나다에서 국제 심판 자격증을 따고 왔습니다.

    

- 여성 심판으로서 조금은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심판으로서 ‘여성’의 입지가 좁은 건 사실이나 열심히 노력하면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공평하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남자들만 심판을 맡아왔던 그들만의 세계에 내가 침범한 거라고 생각해요. 외국은 여성 심판이 많은데, 우리나라 또한 그런 점이 보편화 되어 여성도 자연스럽게 심판을 했으면 해요. 심판은 섬세하고 침착한 자세도 중요한데, 여성으로서 이런 부분을 더 강조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여성분들한테 일단 못하더라도 무조건 ‘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든 처음부터 잘하지 않잖아요.

    

- 현재 대학야구심판으로 활동하시는데, 프로야구가 아닌 대학야구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프로야구와 대학야구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프로야구는 Professional의 의미를 보면 알 수 있 듯 돈과 직결되어 있는 단계죠. 그리고 대학야구는 프로야구의 전신이면서 프로야구로 가기 위한 단계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학야구는 프로야구에 비해 경기가 더 예쁘고 공이 빠른 편이에요. 그리고 다들 대학생이기 때문에 혈기왕성하고, 큰 불만 없이 굉장히 열심히 경기에 참여해요.

    

- 선배님의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현재 제 목표는 2020년 개최되는 도쿄 올림픽에서 소프트볼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소프트볼 심판으로서 활동하는 거예요. 전 세계에서 총 8개 팀이 올림픽에 나가는데 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 등이 저력을 갖고 있어요. 우리나라 소프트볼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체육인, 혹은 심판의 길을 꿈꾸는 숙명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대학은 여학생들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을 우리가 할 수 밖에 없어요. 저는 공학과 다르게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점이 우리대학만의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한 경험들을 기반으로 사회에 나와서도 얼마든지 어려운 일들을 해낼 수 있게 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 자부심을 가지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5기 문채원(경영학부16), 16기 이상지(문화관광학전공16), 임솔(미디어학부16)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