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편성 ‘큰 그림’ 그리는 미디어 콘텐츠 전략 수립가, 채널A 정자영 동문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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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9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94448/artclView.do?layout=unknown

“제작 PD가 만든 프로그램이 나무라면, 편성 PD는 그 나무로 숲을 만들어 가는 역할이죠”

 

대중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PD의 모습은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촬영하는 제작 PD다. 하지만,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방송 편성의 큰 그림을 그리는 편성 PD도 방송사의 핵심 직군이다.

 

우리대학에서 정보방송학(현 미디어학부) 학사, 빅데이터분석융합학 석사 과정을 거친 정자영 동문(미디어학부 05)은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11년 차 편성 PD로 활약하고 있다. 자신을 ‘미디어 콘텐츠 전략 수립가’라고 소개하는 정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봤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자영입니다. 채널A에서 편성 PD로 일을 시작해 어느덧 11년 차가 됐고, 지금은 콘텐츠전략팀장을 맡고 있어요. 학부 때 정보방송학을 전공했고, 1년 반 전에 빅데이터분석융합학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2. 방송 편성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야인 것 같아요. 동문님이 맡고 있는 편성 PD의 업무를 알고 싶습니다.

 

저는 ‘미디어 콘텐츠 전략 수립가’라고 저를 소개하곤 합니다. 편성표 내 각 프로그램의 시간, 날짜, 요일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치할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편성 업무예요. 이렇게 매일 편성을 하려면 큰 범주의 목표와 계획이 필요한데요. 


연말마다 다음 한 해 동안 어떤 콘텐츠를 제작해 송출할지 정하는 연간 플래닝 작업을 합니다. 이것이 세부적인 편성 결정의 큰 틀이 되죠. 결국 편성 PD의 일은 언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결정하고,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전반적이고 장기적인 콘텐츠 전략을 짜는 것이죠.

 

3. 편성 PD의 업무는 일반적인 PD 업무와 어떤 지점에서 같고 또 다른가요?

 

보통 PD라고 하면 제작 PD를 떠올리는데, 제작 PD는 PD 직군의 일부이고 저처럼 편성을 담당하는 PD도 있어요. 편성 PD는 매일 아침 6시, 전날 시청률을 확인하고 업무 중간중간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해요. 숫자와 영상을 보는 일을 항상 함께하는 것이죠. 시청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데이터와 시장의 경쟁환경을 분석해 프로그램의 성과를 높일 방법을 매일 고민하죠.


제작 PD가 제작한 각각의 프로그램을 나무라고 비유한다면, 편성 PD는 이 나무들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숲을 가꾸어 나갈지 고민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4. 채널A에서 편성 PD로 일하면서 빅데이터분석융합학 석사 과정도 밟으셨어요. 대학원에 진학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었던 만큼 재미있게 업무에 임해 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린 듯한 시점을 맞이했고 무언가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변화 속도가 빠른 업무 환경에 있다 보니 나만의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도 했죠. 


큰 그림을 짜는 편성 PD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한 끝에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다시 돌아간 학교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었죠. 마침 대학원을 마치고 회사에서 바로 팀장을 맡아서 제가 배운 것을 실전에서 활용하며 팀을 이끌어 갈 기회가 주어졌어요. 그렇게 제 능력의 가용 범위를 점차 확장하고 있어요.

 

5. 대학원에서 배운 데이터 분석이 업무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합니다.

 

숫자로 대변되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항상 궁금했어요. 데이터 분석을 공부한다면 시청률로만 접근하던 기존 방식을 넘어 더 깊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빅데이터 분석학을 공부하게 됐어요. 신규 프로그램을 론칭했을 때 어떤 출연진이나 이슈에서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는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한지 등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립하는 데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6. 콘텐츠를 편성하고 기획하는 과정에서 지향하는 방향이 있나요?

 

남들이 하는 걸 똑같이 하는 것을 지양하고, 새롭고 도전적인 걸 많이 시도하는 편이에요. 채널 간 콘텐츠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특정 콘텐츠가 잘되면 비슷한 것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현상이 꽤 오래전부터 지속되고 있어요. ‘기존의 것과 비슷하게 양산하느냐’ 혹은 ‘판을 바꿔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느냐’의 갈림길에 섰을 때 되도록 후자를 선택하려고 해요.


또 요즘 많은 프로그램이 프랜차이즈 IP 전략(인기 IP를 시즌제, 스핀오프, 리부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미 생성된 IP의 인기와 장점에서 안주하지 않고, 이것을 더욱 확장하고 개발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해요.


 


 

 

7.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동문님이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의 본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본질적으로 좋은 콘텐츠란 ‘선택받을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콘텐츠에 따라 가진 힘은 다르지만, 소재 자체가 신선하거나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등 좋은 콘텐츠는 모두 시청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힘으로 귀결돼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음 화를 자연스럽게 재생하거나, 빨리감기를 하지 않고 정속으로 다 볼 수 있는 콘텐츠는 굉장히 드물죠. 그런 힘을 가진 콘텐츠가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 또한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8. 오랫동안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면서 터득한 동문님만의 슬럼프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게으르지 않고 꾸준하게 하루를 꽉 채워가는 것이 큰 슬럼프 없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에요. 평소 점심시간에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어요. 편성 PD의 하루는 이른 시각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어요. 특히 전날 시청률이 좋지 않은 날에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이 쌓여 가죠. 잠깐이라도 운동을 하고 오면 머리와 마음을 리프레시한 상태에서 더 좋은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 있더라고요.

 

9. 숙명에서 얻은 경험 중 지금의 동문님에게 도움이 된 것은 무엇인가요?

 

입학 이후 경험한 숙명의 모든 것이 지금의 저에게 도움이 됐어요.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를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제 프라이드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SM-net(리더십그룹), 명언재(교내 언론고시반), 빅데이터분석융합학 석사 과정 모두 저에게 필요했던 것들을 적절한 시기에 충분히 경험할 수 있게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100%, 200% 활용하면서 다니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10. 같은 계열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앞서 말했듯,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학교에서는 여러분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고, 저 역시 학교로부터 받은 게 많았어요. 여러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관심 분야를 탐색해 보고 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 나의 기본값이 부족한 건 아닐까’라는 고민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에서 무엇을 잘 발휘해서 플러스 요인을 쌓아 갈 수 있을까’를 탐구했으면 좋겠어요. SM-bridge 멘토로 활동하면서 ‘여자인데 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을 꽤 많이 받아서 놀랐어요. 스스로 기본값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지레 겁먹지 않았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미디어 전략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은 SM-bridge를 통해 저에게 연락 주세요!


취재: 숙명통신원 21기 김수민(한국어문학부22), 김선우(역사문화학과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