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마음을 보듬어주는 그림을 그려요” 일러스트레이터 윤초혜 동문 인터뷰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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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5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9695/artclView.do?layout=unknown

졸업 후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은 그에게 꾸준히 연필을 들게 했다. 하던 일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취미로 그려오던 그림이 정식 일러스트레이션 연재 제안을 받아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 작가가 있다. 이탈리아어로 ‘토끼’를 뜻하는 필명 ‘꼬닐리오 CONIGLIO’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윤초혜 동문(환경디자인12졸)이다. 윤 동문은 토끼와 소녀의 추억 돋는 이야기를 네이버 창작 콘텐츠 커뮤니티인 그라폴리오 스토리픽에 연재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 윤초혜 동문을 숙명통신원이 만나보았다.


- 먼저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꼬닐리오 윤초혜입니다. 토끼와 소녀를 주인공으로 어릴 적 추억과 감성적인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숙명여대에는 2007년 입학해 환경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졸업 후 회사를 다니면서 가끔씩 심심할 때마다 그림을 그려 올리곤 했던 일러스트레이션 사이트에서 제 그림들을 보고 정식 일러스트레이션 연재 제안을 했어요. 마침 제안을 받았을 때 현재 일에 대한 고민과 함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던 중이었죠. 이제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우연히도 일러스트레이터 데뷔 기회를 얻어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 같아요. 그 뒤에 망설임 없이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으니까요.

    

- 일러스트레이터의 준비과정이 궁금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꼬닐리오 동문님이 해온 준비과정이나 따로 하신 활동이 있나요?

    

제 전공이 환경디자인이기 때문에 학교를 다닐 때는 주로 인테리어 디자인, 조경 디자인 수업 등 말 그대로 환경디자인에 관한 수업을 위주로 들었어요. 그래서 특별히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을 한 적은 없어요. 물론 미대생으로서 꾸준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죠. 날마다 노트를 꼭 가지고 다니며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나요. 학부시절에 저는 다양한 수업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전공에 관계없이 순수회화 수업도 들어보고 인문학 수업도 수강하는 등 관심이 가고 흥미 있는 수업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수강신청을 했어요. 또 대외활동에 정말 관심이 많았어요. 미술대학 내의 아트 엠버서더 활동, 숙명문화원 해외문화교류활동을 비롯해 배낭여행, 해외디자인회사 인턴프로그램 참가 등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잡았던 것 같아요. ‘이게 내 전공에 도움이 될까’라는 두려움 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겠다는 욕심이 있었으니 그림작가로서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되어준 듯 합니다.

    

- 비슷한 꿈을 꾸는 학생들이 했으면 하는 활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잘 아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속된 말로 그림 그리다가 굶어 죽기 딱 좋다는 말이 있듯이 실제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긴 해요. 하지만 힘듦을 감수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비로소 작가가 되는 것 같아요. 또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낯선 곳에 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가졌으면 해요. 내가 그림만 잘 그린다고 당연히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작가가 되지 말라는 법도 아니에요. 놀랍게도 실제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으니까요. 정말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연필을 놓지 않는 꾸준함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 활동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통해서 위로를 받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죠. 사연을 선정해서 그림을 그려 선물했던 적이 있는데, 많이 아픈 엄마의 이야기였어요.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었는데, 그림으로 그려드렸던 그 실제 사연의 주인공을 제 전시회에서 만났어요. 지금은 괜찮다고 많이 위로 받았다고 인사를 건네시는데, 제 그림으로 누군가를 토닥일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고 울컥하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궁금합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오는 슬럼프 기간이 있어요. 비교적 자유롭게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가끔씩 아이디어가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 혹은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질까봐 두려워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이럴 때에는 심지어 그림까지 잘 그려지지 않는 듯 해 매우 힘들기도 해요. 그래서 머리를 비우고 되도록이면 그림 외의 활동, 외출이나 영화 보기 등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들을 하면서 극복하고 있어요.

    

- 일러스트레이터의 장점이나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한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자부심이 들어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데, 저에게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는 직업이어서 더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재택근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이 독립적으로 회사가 아닌 개인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니,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본인의 일정대로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 작가님의 작품에는 주로 소녀와 토끼가 등장하는데, 그들이 모두 뒷모습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특별한 스토리가 있을까요?

    

처음엔 제 어릴 적 모습을 생각하며 소녀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머리카락 묘사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얼굴보다는 머리카락이 보여지는 뒷모습만을 그리기 시작했지요. 눈코입이 있는 얼굴 대신 뒷모습만 보여주면 더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토끼를 같이 그리게 된 이유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제 필명인 ‘꼬닐리오’도 이탈리아어로 토끼라는 뜻이 있답니다.

    

- 지난 3월에서 5월까지, 서울과 부산, 경기에서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를 주제로 개인전시회를 개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전시회를 통해 작가님께 가장 크게 다가왔던 점이 있을까요?

    

제 그림을 오프라인에서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참 기쁘고 감회가 새로웠어요. 미대생이었기에 전시라는 기회 자체가 얼마나 크고 의미 있는 일인지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순간이었어요. 제 그림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과 직접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정말 멋진 일이었죠.

    

- 작가님의 일러스트 작품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사실 수많은 멋지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 그림들 사이에서 제 그림은 그리 멋지고 뛰어난 그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어린 시절의 작은 기억들과 일상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지친 하루나 힘든 순간들을 보낸 사람들을 토닥여 줄 수 있는 따스한 포옹이 되는 그림이었으면 좋겠고, 반대로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에 제 그림을 본다면 같이 웃고 응원해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여쭙고 싶습니다.

    

작년 가을에 그 동안의 제 그림들을 모아서 책으로 냈었는데요, 내년 초에 나올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를 비롯한 오프라인 활동도 더 부지런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무엇보다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싶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숙명여대 학생 여러분, 아직도 저는 학교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싱그러운 여러분들의 모습에 가슴이 설레고 수 년 전의 제 모습이 생각나서 가슴이 벅차오른답니다. 학창 시절엔 정말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생각하며 하루하루가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이었어요. 가장 빛나고 아름다울 때가 꿈을 꿀 수 있는 순간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슨 일을 하시든지 마음이 내키는 대로, 꿈을 따르시길 바랍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5기 이아영(경영학부16), 16기 박희영(식품영양학과16)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