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들과 숙명인들이 함께하는 날을 꿈꿔요” 길고양이 동아리 숙묘지교 인터뷰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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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6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28730/artclView.do?layout=unknown

제논이, 아르곤, 태양이, 태평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 조합은 바로 우리대학 캠퍼스에 사는 길고양이들의 이름들이다. 그리고 이 특별한 이름을 직접 지어주고 밥을 챙겨주는, 혹여나 아플 때에는 구조를 통해 이들의 생태계를 지키고 존중하려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교내 길고양이 동아리인 숙묘지교(淑猫之交)'. 길고양이들과 숙명인이 공존하는 나날을 위해 발로 뛰며 노력하는 숙묘지교를 숙명통신원이 만나보았다. 인터뷰에는 회장을 맡고 있는 김소정 학생(영문학과17)를 비롯해 부회장 최한나(사회심리학과17), 총무 김다영(사회심리학과17) 학생이 참여했다.

 


 

- 자기소개 및 동아리에 관한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숙명여대 캠퍼스 내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들의 친구가 되고자 하는 동아리 숙묘지교입니다. 숙묘지교는 기획팀, 행정팀, 총무팀, 홍보팀의 총 62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행정팀에서는 급식소 운영과 TNR(trap-neuter-return,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포획 후 중성화수술을 하여 원래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 등의 행정적인 실무를, 기획팀에서는 캠페인과 디자인의 기획을 담당해요. 홍보팀에서는 SNS 관리와 외부와의 소통을 진행하고, 총무팀은 회계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김소정(이하 김): 저희는 주로 급식소 운영과 길고양이 중성화 및 방사를 진행해요. 중성화는 고양이의 건강과 밤에 발정소음 감소를 위해서예요. 또한 건물 내부나 부근에 고양이가 들어오는 일이 있는데, 이 때는 통덫을 설치해서 안전하게 포획하여 다시 풀어주고 있어요.

 

언젠가 꼬리가 괴사한 고양이를 만난 적이 있어 구조한 적이 있어요. 방사 후 시간이 지나도 꼬리가 새로 나지 않으면 생태계에서 밀려나기 때문에(중성화한 고양이는 중성화를 하지 않은 고양이에게 서열이 밀려서) 생활이 어려울 거라 예상했어요. 그래서 급식소를 만들었고, 숙묘지교도 시작하게 됐어요. 20178월부터 부원을 모집해 9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죠.

 

- 교내 고양이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한나(이하 최): 먼저 급식소를 설치해요. 주로 교내의 인적 드문 곳에 설치하고, 위치는 비공개합니다. 급식소에 봉사자들이 물이랑 밥을 새로 교체해주죠. 그리고 TNR을 진행해요. 또한 아픈 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해 치료 후 방사하는 일을 진행해요. 이는 재정상황을 고려해 우리대학 내의 고양이들만을 대상으로 해요. 더불어 숙묘지교 자체 상품을 제작 및 판매하고, 수익금과 기부금은 SNS에 공개하고 있어요.

 


 

- 현재 교내에서 거주하고 있는 고양이들에 대해 알려주세요.

 

김다영(이하 영): 1캠퍼스에는 태양이, 챠미, 좌주, 수호, 다비, 숙명이를 비롯한 이름 없는 고양이 몇 마리가 있어요. 태양이는 새 사냥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 하는데, 매번 실패하곤 해요. 명신관 오르막길이나 원형광장에서 많이 발견된답니다. 챠미는 주로 밤 10시 쯤 벤치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어요. 2캠퍼스에서는 아르곤, 제논, 태평이, 태생이, 크립톤이 살고 있답니다. 도서관 급식소 부근에서 많이 보이곤 해요. 이 중 제논이가 서열 1위죠. 우리대학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에 대한 소식과 사진은 에브리타임(스마트폰 SNS)의 숙묘지교 게시판과 인스타그램에 주로 많이 게재하고 있어요.

 

- 한 달여 전에 아르곤이라는 고양이가 수술을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아르곤에 관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 아르곤은 학교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고양이인데, 주로 과학관 근처에서 발견돼요. 활동 반경이 넓고 용감한 고양이죠. 중성화 수술을 위해 통덫으로 잡으려 해도 잘 안 잡히더라고요. 다리가 다쳤다는 제보를 받고 확인해보니 왼쪽 뒷다리 아킬레스건 부위에 염증이 심하더라고요. 그래서 포획해서 치료를 하겠다고 결정했어요. 밤을 새며 포획하다 보니 거의 24시간 정도 걸렸는데, 잡는 것도 힘들었지만 치료도 쉽지 않았어요. 다친 부위가 너무 작아서 골절수술 전에 염증 치료와 중성화 수술을 먼저 했고, 지금은 염증 치료를 완료하고 임시 보호처에 가 있어요.

 


 

- 숙묘지교에서는 다양한 고양이 굿즈를 만들어서 판매를 진행한다고 들었는데요, 많은 숙명인들의 사랑을 받은 굿즈들에 대한 소개와 만들게 된 계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 아무래도 고양이를 계기로 만들어진 동아리이다 보니 고양이 모양의 굿즈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 그리고 수익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디자인팀에서 다양한 굿즈 디자인을 뽑으면 선정해서 굿즈로 제작 후 판매하고요.

: 학우들을 대상으로 기부금 자체만을 요구하기보다 굿즈를 제작해서 판매한 수익금을 기부하는 형식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주로 판매하는 굿즈는 떡메모지, 발자국 모양의 전자파차단스티커, 배지(우주고양이, 아르곤과 숙명이 배지) 등이 있어요.

 

- 숙묘지교의 활동을 많은 학우분들이 응원해주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만큼 교내 길고양이들의 생활을 위해 무엇을 가장 우선시 하시나요?

 

: 길들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사람들과 친해지지 않는 것이죠. 이를 위해 만지고 먹이를 손으로 주는 등의 행동은 자제하고 있어요. 길고양이가 우리학교 외부에도 많고, 외부인은 이를 싫어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부원들도 길들이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어요. 학생 분들에게도 당부하고자 하는 점이 있어요.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길고양이가 놀라서 위협적으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손을 내밀고 먹이를 주는 등의 행동은 자제해주셨으면 해요.

 

- 숙묘지교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일은 무엇인가요?

 

: 아팠던 고양이를 방사하는 것이요. 치료를 마치고 돌아와서 잘 놀고 잘 지내는 모습이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 고양이들이 정말 행복해 보이는 순간이 자주 있어요.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어서 보람차요.

 

- 반대로 힘들었던 순간도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 지난해 10, 태어난 지 3~4일된 고양이를 저희가 구조한 적이 있어요. 다리가 건강하지 않아 어미가 버리고 간 이 고양이에게 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죠. 구조 직후 임시보호처에서 인공수유를 했는데 결국 그날 저녁 숨을 거두었어요.

 

- 오늘날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 인식개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좋지만은 않아요. 또한 TNR과 급식소 운영을 통한 적절한 관리도 필요하고요. TNR이 사람과 길고양이들 간의 이런저런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지만, TNR을 하지 않은 고양이들에게 서열이 밀린다는 문제가 있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어야 합니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고양이가 중성화됐으니 이에 마땅한 도움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의 활동계획, 그리고 최종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 5월에 자체 플리마켓을 열 계획입니다. 기존에 판매했던 보틀이나 전자파 차단 스티커, 스트랩 키링, 귀걸이, 팔찌 등을 판매할 예정이에요. 수량이 넉넉하니 많이 찾아주시길 바라요(웃음).

: 플리마켓 외에도 다양하게 굿즈를 만들어서 판매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 앞으로 계속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고양이들이 사람과 계속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안전하게 사는 것이 우리 동아리의 최종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 요약하자면, 학교 내 길고양이들의 평생복지.

 

- 끝으로 숙명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숙묘지교의 활동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고양이들에게도 많은 관심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매학기 학번, 학년에 관계없이 동아리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최소 한 학기는 활동하는 것이 좋답니다.

: 길고양이가 친숙해지다보니 친해지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걱정이 돼요. 좋아해주시는 건 좋지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심을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급식소를 발견해도 위치는 비밀로 해주세요.

: 언제나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교내 길고양이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6기 박경은(정치외교학과16), 박희영(식품영양학과16), 임솔(미디어학부16)

정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