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 대학생 대표 특별 수행원, 이에스더 학생 인터뷰
INTERVIEW
6369
2018.10.10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49804/artclView.do?layout=unknown

평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11년 만에 평양서 만난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문에 합의했다. 양 정상의 포옹을 지켜본 국민들은 이제 통일이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음을 절감했다. 또한 북한과의 교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늘면서 다양한 분야의 남북교류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한 200여 명의 방북단 중 특별한 수행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이에스더 학생(중어중문학부17)이다. 이에스더 학생은 북한과 통일에 대해 꾸준히 공부해 온 통일부 대학생 기자로서 유일한 대학생 대표로 역사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했다. 이에스더 학생이 평양을 방문하여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숙명인들에게 전하고자 숙명통신원이 취재에 나섰다.

 


 

-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중어중문학부 17학번 이에스더입니다. 숙명인들께서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숙명여대 학생이 대학생 대표가 됐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웃음)

 

-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이벤트에 어떻게 특별수행원으로 합류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북한이나 통일에 대해 관심이 큰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고등학생일 때도 당시 통일부에서 주최하는 통일 관련 프로그램이나 모의 UN에서 주최하는 남북한 문제나 군비 지출 문제, 한반도 평화 문제를 다루는 회의나 포럼들에 꾸준히 참석을 하기도 했고요. 또한 통일부 통일교육원에서 주최하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석했고, 관련 주제로 소논문을 작성해서 발표를 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한 학생이었죠.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통일 분야와 관련하여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이 뭐가 있을까고민하다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고, 관심이 많았던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 혹은 현재 대학생들 중에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고, 관련 분야를 꾸준히 공부를 해온 학생을 한 명 선발하기로 했나봐요. 많은 후보자들 중 감사하게도 제가 선발돼 평양에 다녀올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어요.

 

- 전공인 중어중문과 최근 방문하신 북한과는 어떤 접점이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중국어를 했었는데, ‘내가 해온 중국어와 관심 있는 통일, 북한 문제를 잘 연결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고민했을 때 남북한 통일에 중국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남··3국을 연결할 수 있는, 세 국가의 정체성이나 환경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중어중문학부에 진학하게 됐어요.

통일과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진 계기는 평소 신문을 읽는 습관 덕분이에요. 과거 수년간 남북 정세가 굉장히 안 좋았잖아요.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사건같은 민감한 문제도 있었고,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대북정책이 강경했던 시기였기에 북한에 대한 안 좋은 기사를 많이 접했습니다. 그런데 어린 제 눈에 북한이 위협적인데 왜 통일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이상하게 느꼈었나봐요. 그런 고민을 시작으로 남북한에 대해 공부를 해온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동행한 특별수행원들과 함께 평양시내에서 찍은 기념사진

 

- 23일간의 3차 남북 정상회담 기간 동안 이에스더 학생의 일정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과 동행을 했는데요. 저희는 김정숙 여사님 일정에 맞춰 같이 일정을 수행했어요. 첫날부터 김정숙 여사님, 리설주 여사님께서 방문하는 평양의 곳곳을 저희도 동행했고, 만찬에도 참여했어요.

가장 인상이 깊었던 일정은 아무래도 제가 대학생이다보니 평양에 있는 대학 두 곳,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과 평양교원대학을 방문해 북한의 대학생들도 보고, 대학생들이 캠퍼스 안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하는지 직접 볼 수 있었던 일정이에요. 설명도 듣고 짧은 대화도 나눠보고 하니까 그런 경험들이 같은 대학생인 저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 평양의 대학생과 남한의 대학생이 큰 차이가 있었나요?

 

우선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차이점은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있었던 건데요. 태국처럼 교복을 입는 게 처음 봤을 때 되게 독특하다고 느껴졌어요. 여학생 교복은 와이셔츠에 스커트 교복뿐만 아니라 한복을 개량해서 입는 교복, 두 가지 타입이 있더라고요. 그런 점도 되게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또 대학 환경에 있어서도 남한이 더 좋은 환경인 부분도 있고, 북한이 더 좋은 환경인 부분도 있더라고요. 이런 차이들을 비교하며 볼 수 있어서 뜻깊었어요.

 

- 방북 기간 동안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저는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봤던 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우선 예정된 일정도 아니었어요. 전날 밤 10시에 능라도 경기장에서 체조 공연을 보고 나와 내일 백두산을 가기로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정을 시작했어요. 평양에서 삼지연 공항까지 날아가서 삼지연 공항에서 차를 타고 백두산으로 이동해 천지까지 올라가는 일정이라 하루를 굉장히 빠르게 시작했죠.

백두산이라는 게 저에겐 애국가의 동해물과 백두산이구절에서나 보고, 민족의 영산이라고 이야기만 하는, ‘과연 내가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막연한 산이었는데, 막상 그 산에 직접 올라 천지를 보고, 산 정상을 밟고 있으니 굉장히 뭉클했고, 감동적이었어요.

원래는 당일 비가 온다고 해서 백두산에 못 갈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등반 당일 날씨가 정말 맑아서 북한 분께서 자기가 백두산에 많이 올라와봤는데 이렇게 날씨가 맑은 적은 처음이다, 남북 정상이 백두산을 찾은 걸 하늘도 알아준 거 같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하늘의 모습과 천지에 백두산이 비쳐 백두산이 두 개로 보이는 절경과 그 감동적인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또한 그 순간을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두산에 직접 올라 찍은 천지의 사진

 

- 남북한에서 다르게 사용하는 단어들이 많은데 혹시 방북 기간 중에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셨던 적은 없나요?

 

북한 여성분들이 한복을 정말 많이 입고 다니세요. 현지에 도착해서부터 몸으로 느껴졌던 차이점 중 하나가 한복을 진짜 많이 입으신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북한 안내원 분께 여쭤봤거든요. “여기는 평소에도 한복을 되게 많이 입고 다니시나 봐요. 한복입은 여성분들을 굉장히 자주 볼 수 있네요?”라고 여쭤봤더니 처음에 안내원분이 한복?”이러시면서 되물으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북한에서는 한복을 조선치마 저고리라고 불러 처음에 제 말을 못 알아들으신 거였죠. 그 때 유일하게 안내원께서 제 말을 되물으셨어요. 그 외에는 소통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호텔 객실에 비치된 샴푸는 머리 물비누, 헤어 트리트먼트는 머리 영양제 이런 식으로 표기되어 소통이 불편하다는 생각보단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 아직 통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잖아요. 그래서 각자의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아쉬운 건 우리 20대 청년세대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모든 세대를 통틀었을 때 가장 낮고, 북한을 적대시 하는 감정이 6·25 전쟁을 겪었던 윗세대보다 더 심하다는 점이에요. 설문조사를 통해 그 결과를 보면서 왜 우리세대가 북한을 적대시하는 감정이 그렇게 유독 심할까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죠.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특히 우리세대에 더욱 만연한 것 같아서 그런 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민족의식이나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며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심이 늘어나면 민족의식이 고취되고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통일을 하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고 어떻게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지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잖아요. 관심이 부족하면 이 모든 것들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무관심에 대해서는, 특히 우리 세대의 무관심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이 들어요.

 

- 그렇다면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것이 있나요?

 

저는 제가 직접 가서 경험할 수 있어 책상에서 공부를 할 때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됐는데요. 이처럼 더 많은 학생들이 남북교류의 장이나 활동들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무대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통일을 해야한다는 당위적인 말만 듣는 것과 우리가 직접 분단 현장을 눈으로 보고, 남북 교류의 장을 통해서 북한의 학생들이나 주민들과 교류를 하고, 문화예술·체육을 통해서 교류를 하고 나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점차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전에 경험을 한 사람들의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감사한 기회로 다녀오게 됐고, 그래서 제가 보고 느꼈던 경험과 생각들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는 게 저의 책임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수 알리, 전 탁구 국가대표 현정화 감독 등과 함께 환영행사에서 찍은 기념사진

 

- 앞으로의 활동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이번에 평양을 다녀오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는데요. 제가 느꼈던 바를 통일부 대학생 기자로서 많은 분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드릴 수 있도록 평양 기획기사를 작성하여 업로드 과정에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통해 통일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힘쓰고 싶어요. 또한 제가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던 그때의 마음을 잃지 않고 계속 공부를 해서 앞으로 남한과 북한, 중국을 이을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 통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 마지막으로 숙명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북한에 숙명여자대학교 부지가 있다는 것을 많은 숙명인들께서 알고 계실 텐데요. 우리학교의 제3캠퍼스가 북한에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더 많은 숙명인들이 북한이나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또한 남북 평화의 흐름이 이제 막 시작돼 좋은 흐름을 따라 흘러가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편승하여 더 많은 숙명인들이 남북한 통일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들이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6기 임솔(미디어학부16), 17기 홍채영(테슬전공18)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