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기여하는 판사의 길을 나아가다, 2018 신임법관 백장미 동문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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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6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67915/artclView.do?layout=unknown

우리는 복잡한 사회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잘못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논쟁이 오가고, 대립이 발생한다. 이때,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우리사회는 법과 정의라는 잣대를 이용한다. 그리고 그 잣대를 가늠하는 이가 바로 법관이다.

우리대학을 나와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을 품고 로스쿨을 거쳐 군법무관으로서 5년을, 그리고 앞으로는 판사의 삶을 새롭게 펼쳐나갈 백장미 동문(정치외교학과08). 숙명통신원이 올해 신임법관으로 임명된 백장미 동문의 발걸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치외교학과 04학번 백장미라고 합니다. 2010년 로스쿨에 입학했고, 2013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군법무관으로 5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올해 판사로 임용돼 현재 연수과정에 있습니다.

 

- 법조인에는 변호사, 검사 등 다양한 직업 선택의 길이 있는데 판사의 길을 선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처음부터 법조인의 꿈을 꾼 것은 아니에요. 대학을 다니면서 내가 과연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려면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까라는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일차원적으로 사회에 필요한 농업이나 힘을 쓰는 건설업을 배울까도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전문직 관련 직종에 대해 관심이 생겨 고민하던 중, 3학년 때 법학과 수업을 여러 개 듣게 됐고, 법학이 나와 맞는 학문이란 판단이 서 부전공으로 법학을 선택했어요. 4학년 즈음 본격적으로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고요.

추후에 변호사에서 판사로 전향한 이유는 무엇보다 독립성이 가장 보장되는 직종이기 때문이었어요. 판사의 판단에 따라 한 사람이 사형될 수도, 구속을 당할 수도, 빌려준 돈을 받을 수도 혹은 못 받을 수도 있어요. 판사의 판단에 한 사람의 인생이 달려있기 때문에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으로 나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판사에 대한 로망이 생긴 것 같아요. 사법시험이 폐지된 후로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조경력을 쌓아야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 후 5년간 군법무관으로 근무하다 이후 짧은 변호사 생활 끝에 판사로 임용되었어요.

 

- 로스쿨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점과 그것을 극복한 일화가 궁금합니다.

 

저는 법학이 주전공이 아니었기 때문에 법학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로 입학하여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선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특히 법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다양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심화된 이해를 필요로 하다 보니 학생들 간 경쟁도 심했고, 저 또한 그 집단 안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법학의 방대한 양과 경쟁적인 분위기, 또 인간관계의 크고 작은 트러블들이 겹쳐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만 집중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 닥쳐왔죠. 하지만 저는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기보다 그냥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3년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하자는 마인드로 스스로를 다잡았던 것 같아요. 보통 하루 일과는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짜여진 계획에 맞춰 공부만 했고, 이후에는 집에 와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저만의 힐링 시간을 갖는 것으로 끝이 났어요.

 



- 어떤 목표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공부를 이어가셨는지도 궁금한데요.

 

그냥 꾸준히 성실하게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단기간에 끝나는 시험이 아니라 3년 혹은 그 이상 동안 준비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 얘기보단 자신에게 집중하고 본인을 잘 알아야 해요. 또 장기적인 싸움이기 때문에 건강을 챙기는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아프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3년 안에 나는 변호사 시험에 붙겠다는 다짐 아래 저만의 페이스대로 꾸준하게 공부했어요.

 

- 법관으로 임명되기 전과 후, 스스로 느끼신 변화가 있을까요?

 

아주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아무래도 말하는 걸 많이 조심하게 되고 마음가짐도 달라졌죠. 왜냐하면 이제는 제 말 한마디에 많은 의미들이 부여되거든요. 법정에서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이 의미부여가 되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기에 말을 더욱 조심하게 되었어요. 또한 마음가짐도 객관적이어야 하는 직역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법관이 되면 공부가 끝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부족함을 느끼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수를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에 느낀 것은 내가 아직도 많은걸 모르고 부족하며,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점이었죠. 정말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 대학시절 동문님은 어떤 학생이셨는지요?

 

대학시절의 저는 한마디로 경험주의자학생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동아리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교내외 활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했어요. 특히 토론 동아리를 했을 때, 논제의 문제가 뭔지를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논리적인 흐름으로 토론을 했던 사고방식이 법조인이 갖고 있어야할 리걸 마인드(Legal mind)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에요. 그러한 경험들이 저로 하여금 법조인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 같아요.

 

-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의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한번은 야간 수업을 마치고 동기들끼리 맥주 한 캔씩을 사들고 남산에 올라간 적이 있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남산을 보면서 맥주를 마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 짓게 되는 추억으로 남았어요. 대학교 친구들이랑 지금도 자주 만나는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샌가 20대 청춘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아련하기도 합니다.(웃음) 오랜 기간 공부하면서 그 친구들이 정말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시절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정말 좋은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 어떤 판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판사는 천재가 할 직업은 아니다. 천재는 과학이나 발명 또는 예술의 분야에 필요하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많은 걸 느꼈어요. 현시대에 필요한 판사는 단순히 판결문을 잘 쓰는 판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판결문을 잘 쓰고 결과 맞추기만 잘하면 AI가 판결해도 무관할겁니다. 그럼에도 판사가 필요한건 답이 없는 사건에 합의점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제가 생각하는 판사의 이상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지 않고, 자신의 주관과 소견이 있되 양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조정을 잘하는 것입니다. 저의 지향점 역시 동일합니다.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연수가 끝나면 저를 포함한 신임 판사들은 각 지방 법원으로 배치가 됩니다. 배치를 받으면 항상 배우는 자세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그리고 숙대 출신 후배들이 법원에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이 올 수 있도록 제가 잘 하고 있어야겠죠.(웃음) 아직은 먼 얘기지만, 훗날 법관을 그만 둘 시기가 온다면 후학을 양성하거나 배움을 나누는 등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막연한 이야기죠.

 

- 마지막으로 법조인의 꿈을 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때론 성별 혹은 나이가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다양한 이유로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 생기는데요, 그럴 때 포기하지 않고 직진하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법조인을 준비하고자 한다면, 내가 시험에 붙을지 떨어질지 그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거든요. 또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나아가면 내가 원했던 길이 아닐지라도 다른 좋은 기회들이 생길 때도 있어요. 끈기를 갖고 열심히 한다면 원했던 모든 꿈을 이룰 거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스스로 몰아세우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 자신이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취재: 숙명통신원 16기 임솔(미디어학부16), 17기 남예원(법학부17)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