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학 111주년 기획 인터뷰 시리즈 [르네상스 숙명, 길을 묻다] - ③ 수익사업? 문제는 플랫폼이야!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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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1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9354/artclView.do?layout=unknown

르네상스 숙명, 길을 묻다


 

대학의 위기는 곧 대학재정의 위기다. 2015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교육부에 제출한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대학 규제개혁 건의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참여 대학의 54%는 대학 운영에 있어 가장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수익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개선’을 꼽았다. 실제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과 기부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교육자원 활용과 산학연계 및 학교기업 지원, 생활협동조합 신설 등으로 수익사업의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우리대학도 지난 2월 행정조직 개편을 통해 수익사업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평생교육원, 국제언어문화교육원, 한국음식연구교육원, 르 꼬르동 블루-숙명아카데미 등 분산됐던 수익부서를 통합한 전략조직인 글로벌사회교육원을 신설한 것.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원장직에는 공모를 통해 전용욱 전 세종대 대외부총장이 초빙됐다. 이에 르네상스 숙명 기획인터뷰 시리즈의 세 번째 순서로 전용욱 원장을 만나 글로벌사회교육원의 임무와 향후 발전계획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한국음식연구교육원 내 옛부엌박물관에서 진행됐으며, 사회는 이형진 대외협력처장이 맡았다.

 

 

이형진 대외협력처장(이하 이 처장):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전용욱 원장님의 화려한 이력입니다. MIT 경영학 박사에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우송대 솔브릿지경영대학원 초대 원장, 세종대 부총장, 한국경영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셨습니다. 기대가 큽니다.

 

전용욱 글로벌사회교육원장(이하 전 원장): 제가 숙대에 온 지 오래 되지 않았고, 이렇게 주목받는 것이 과연 일하는데 도움이 될지, ‘Low Profile(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낮추는 자세)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웃음)

 

이 처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장님이 그동안 이룬 성과와 신설조직인 글로벌사회교육원의 역할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먼저 글로벌사회교육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원장: 글로벌사회교육원은 일종의 엄브렐라(우산) 조직입니다. 기존의 평생교육원, 국제언어교육원, 한국음식연구원, 르 꼬르동 블루-숙명아카데미 등 수익사업 4개 조직을 통합해 하나의 우산 아래 둔 것이죠.

 

글로벌사회교육원이 가진 임무는 총 3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Revenue Generator(수익 창출)죠. 등록금 외에 새로운 재정수익을 창출하는 역할이에요. 두 번째는 Student Feeder(학생 공급)입니다. 국제언어문화교육원이나 평생교육원에 등록한 학생들을 교육시켜서 우리대학 학부나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창구역할을 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숙대 전체를 국제화시키는 Globalizer로서 역할을 하겠습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그동안 잘 해 온 걸로 알고 있지만 수익부서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다보니 업무 간 보이지 않는 장벽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한지붕 한가족이 되면서 내부적으로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전체 조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종의 Synergy Creator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이 처장: 다른 대학들도 정규과정이 아니라 단기교환프로그램과 한국어연수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작해 유학생들의 규모를 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대학의 글로벌화도 이런 비학위 과정부터 시작할 수 있겠죠. 말씀처럼 이런 시도를 통해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전 원장: 우리가 실제 시너지를 내려면 각 조직의 팀장들끼리 서로 팀워크가 잘 맞아야 합니다. 문화적, 화학적으로 융합이 되어야 하죠. 그래서 제가 두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월 1회 하는 탑팀(Top Team) 미팅입니다. 네 개 부서 팀장과 글로벌사회교육원 전체 입장에서의 이슈를 가지고 진행하는 회의에요. 이 회의에서 앞으로 우리 교육원이 무엇을 할지, 팀들끼리 할 수 있는 협력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는지 논의합니다. ‘A부서와 B부서는 이런이런 프로그램을 하고싶다’와 같은 시너지 아이디어를 필수적으로 제안하도록 해서 회의 때마다 범 교육원 차원의 전략방향을 설정합니다.

 

또 하나는 네 명의 팀장과 정기적으로 점심식사를 같이하는 ‘런치 미팅’을 합니다. 서로 자주 보고 스킨십을 늘려야 정서적으로도 팀워크 역량을 함께 끌어 올릴 수 있죠.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탑 팀 미팅을 하고, 비공식적 런치 미팅을 병행해 저를 포함한 5명이 한 배를 탔다는 협력문화를 내부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처장: 새로 업무를 맡는 팀장들도 그런 경험을 통해 빨리 적응하고 다른 팀과 협력하려는 노력을 할 것 같습니다.

 

전 원장: 각 팀마다의 특화된 전문성을 가지고 서로 대화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브레인스토밍’ 세션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과거엔 남 일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일, 보조해 주는 문화가 된거죠. 요즘 팀들끼리 다양한 종류의 회의를 자주 하고 있는데, 긍정적 신호로 봅니다.

 

이 처장: 서울에 있는 중앙대에 계시다가 대전에 있는 우송대로 소속을 옮기셨습니다. 보통 생각하는 이동과 반대방향인데,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솔브릿지경영대학의 비전에 공감해서 갔다는 언론 인터뷰를 봤습니다. 숙대에 오기로 결심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전 원장: 어쩌다보니 숙대가 저의 네 번째 보직 대학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익숙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교수가 학교를 옮긴다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은 일이죠. 저는 지루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중앙대에 22년 동안 있었는데 15년차 정도부터 교수로서 이렇게 커리어를 쌓는 것도 좋지만 내가 가진 경험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를 만들고 싶었죠.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에 가게 된 건 아시아 톱 비즈니스 스쿨을 만들겠다는 재단의 의지에 감명해서였고,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세종대로 옮겨서는200명에 불과했던 외국인유학생이 1,300명으로 증가할 정도로 대학의 국제화에 일조했다고 자부합니다.

 

숙대도 같은 맥락이에요. 경영학회를 통해 강정애 총장님과 친분이 있었는데 항상 숙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죠. 숙대는 세종대와 비교해도 충분히 국제화 역량이 뛰어난 학교인데 발전이 왜 이렇게 더딜까. 대표적인 국제화 지표라고 할 수 있는 THE(타임스고등교육·Times of Higher Education)와 QS 세계대학평가에서 랭킹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런 근본적인 질문 끝에 숙대가 글로벌화의 높은 탑을 쌓는데 미약하나마 초석이 되고 싶다는 결심이 서서 원장직 공모에 지원했습니다.

 

이 처장: 선천적으로 한 자리에 안주하는 것을 못 참는 성격이신 것 같습니다.

 

전 원장: 제 개인 성향이 그래요. 어렸을 때부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죠. 특징 없는 것에 쉽게 싫증을 느꼈어요.(웃음) 경영학을 가르칠 때도 정답이 없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수들이 기본적으로 안정된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는데 학교가 새로운 것을 자꾸 시도하게끔 독려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의 압력으로부터 생존할 수 없게 될테니까요.

 

이 처장: 보통 중년의 남자교수님들이 따라오지 못할 패션 감각을 자랑하시는 것도 그런 새로운 시도의 산물일까요?

 

전 원장: 남자들이 보통 옷에 별로 관심이 없잖아요. 그런데 제가 처음 미국생활을 시작 할 때 어느 한국인 사업가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글로벌 사회에서 동양인이 일 할 때 갖춰야할 매너 중 깔끔한 의상을 강조하더군요. 체구도 작고 외모도 서구인들에 비해 뚜렷하지 않다보니 좋은 인상을 주려면 센스 있게 입으라는 말에 공감했죠. 또 패션은 호기심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사람, 즉 밸류 크리에이터(Value Creator)가 되려면 내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하기 때문에 패션의 생활화를 통해 변신을 거듭하는 겁니다. 그래야 다른 이들과 교류할 때 관계도 좀 더 돈독해질 수 있고 상대방에게 소소한 즐거움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처장: 앞서 글로벌사회교육원의 역할 중에 수익창출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구성원들도 원장님의 영입으로 어떤 돌파구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대학이라는 조직에서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전 원장: 먼저 목표를 확실히 정해야 합니다. 여기 와서 현황을 파악해보니 일단 기존의 네 개 조직이 약 70억원 정도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기업체처럼 비즈니스 마인드로 조직을 운영하려면 다소 달성하기 힘들더라도 목표를 높게 설정해야한다고 봤고, 회의를 통해 달성 가능한 최대목표치로 100억원이라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이 총액을 바탕으로 각 프로그램별로 얼마나 배분할지, 그리고 월별로 얼마를 달성할지 등의 마이크로한 조정을 다시 거쳤죠. 이 숫자를 가지고 우리가 서로 약속하는 겁니다. 내부적으로 단합하고 외부에 알려서 책임감을 갖는 거죠. 그런 각오로 임해야 혹여 목표달성을 못하더라도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 구체적인 전략은 숙대다운 차별성을 확보하는 대표적인 상품을 만들어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일 중요한 건데, 평생교육원, 한국음식연구교육원 등에서 가장 대표할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둘째로 전략적 제휴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죠. 시장에서 스몰 플레이어(Small Player)가 자체적으로 뭘 하기 힘들 때 남의 호랑이 등에 잘 올라타는 거에요. 예를 들어 만약 평생교육원에서 사진전문가 과정을 개설한다면 캐논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제휴해서 ‘숙명-캐논 과정’, ‘숙명-내셔널지오그래픽 과정’을 만들면 전문가그룹의 명성과 숙명의 신뢰도가 합쳐져 윈-윈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시장에 내놓으면 분명히 수요가 있을 겁니다.

 

세 번째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시장을 발굴해야합니다. 국제언어문화교육원의 경우 기존엔 한국어를 가르치는 과정만 있었는데 외국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문화상품을 결합한 과정을 새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또 한국에 들어오는 학생들 외에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교관이나 주재원, 그들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어요. 실제 국제언어문화교육원에서 외교관 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성공적인 플랫폼이 한번 만들어지면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거에요.

 

플랫폼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얘기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러시아의 Top 5에 드는 명문대인 루덴대학에서 MBA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 40명이 찾아왔습니다. 이들을 위해 한국의 경제, 문화, 정치 분야를 골고루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일단 초기 플랫폼을 잘 만들면 미국이나 유럽 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이나 자매결연 맺은 대학에 소개하고 홍보하고 세일즈 하기도 수월해집니다. 같은 콘텐츠를 반복 확장시킬 수 있으니까요.

 

 

이 처장: 다른 대학들도 평생교육원이나 한국어 어학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합니다.

 

전 원장: 맞습니다. 평생교육원은 거의 대부분의 대학이 가지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도대체 무엇으로 차별화할지 고민이 큽니다만, 결국 여성, 미래 성장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상 중입니다. 예컨데 1인 가족이 늘면서 반려견과 애견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강아지와 잘 지낼 수 있는 동물 심리학을 가르칠 수 있고, 혹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숲과 정원에 대한 테마 강의를 하거나 뷰티강국의 장점을 살린 뷰티 과정도 개설 가능하죠. 기존의 아동학, 사회복지학, 식품영양학의 강점은 살리고 이런 새로운 분야도 과감하게 도전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B2B(Business to Business) 마켓 공략도 하나의 차별화 방법이 될 수 있죠. B2C(Business to Consumer)마켓은 고객에게 접근하는 비용이 매우 크고, 특히 숙대같은 스몰 플레이어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대신 이미 고객 집단을 확보한 기관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요. 예컨대 여성·주부 전문잡지와 제휴해 그쪽 독자들에게 숙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잡지사 입장에선 로열티 있는 독자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줄 수 있어 좋고, 숙대 입장에선 수월하게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어서 좋잖아요? 기업이라던지, 군대 조직이라던지 우리의 협력 대상은 무궁무진합니다.

 

이 처장: 경영학 전문가 입장에서 숙대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도 듣고 싶습니다.

 

전 원장: 숙대하면 먼저 깨끗하고 정갈하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감성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약합니다.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포지셔닝을 잘 하려면 반드시 강력한 대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해요. 예전 학군단이나 한국음식처럼 ‘숙대하면 이거지’ 라는 강력한 콘텐츠, 그런 것이 없으면 승산을 보기 힘들어 보입니다.

 

콘텐츠와 더불어 비주얼적인 통일성도 중요합니다. 예전에 제가 일본전산이라는 회사를 간 적이 있는데 거기는 제품도 유명하지만, 회사의 컬러인 초록색을 아이콘화했습니다. 그래서 회사 건물이나 엘리베이터, 입고 있는 옷, 심지어 CEO의 와이셔츠 깃과 손수건까지 다 초록색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숙대에는 로열블루 색이 있지 않습니까? 시각적인 컬러나 상징물로 포지셔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대학평가 순위에 어떤 방식으로든 진입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걸 기반으로 마케팅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처장: 우리대학의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전 원장: 숙대는 브랜드 정체성이 있는 대학이에요. 이미 황실대학이라는 훌륭한 정통성이 있지 않나요? 그런데 이게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고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연결돼야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인간문화재들이 많은데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거 같아요. 그럼 이분들을 숙대가 전략적으로 모셔와 콘텐츠 개발을 같이하면 민족대학 숙대가 하는 전통 프로그램이라는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럽게 될 거에요. 이렇게 되면 후발 대학이 따라오기 힘들 겁니다.

 

이 처장: 학교가 가진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전 원장: 글로벌사회교육원은 혼자서 뭘 하려면 절대적으로 힘이 부족합니다. 생각의 틀을 넓혀서 우리대학이 가진 역량은 무엇이고, 이걸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해야 합니다. 제가 여기 온 지 얼마 안됐는데 이미 많은 교수님들이 찾아 오셔서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고 계십니다. 아주 긍정적인 신호죠. 방금 말씀드린 인간문화재 활용방안우리대학 교수님과의 미팅에서 얻은 아이디어입니다. 박물관도 우수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요. 뜻하지 않게 많은 분들이 찾아오고 말씀해주셔서 숙대 안에 이미 엄청난 인적자원과 역량을 가진 분들이 넘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우리 구성원들이 글로벌사회교육원을 일종의 ‘개척자 그룹’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 찾아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처장: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대학의 역할이 달라질 거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우리대학도 마찬가지인데, 숙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 포지션은 무엇일까요?

 

전 원장: 그건 정말 누구도 풀 수 없는 화두입니다. 다만 고려대 염재호 총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학은 개척하는 지성을 키우는 곳,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준비를 시키는 곳이죠. 숙대도 미래 직업군을 예상해 학생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합니다. 주위를 조금만 기울여 보면 눈에 보이는 직업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가상공간(VR) 디자이너, 디지털 문화 해설사, 사물인터넷 데이터 애널리스트 같은 직군들이 그렇죠. 또한 동시에, 대학은 융합적 사고를 하는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점점 직업군이 복잡해지고 경계가 없어집니다. 학문도 마찬가지죠. 크로스 오버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끝으로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고 해도 인간이 중심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인간이 점점 외로워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저마다의 자리에서 휴대폰에 얼굴을 묻고 있는 인파를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디지털 혁명에 휩쓸려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돛단배 인생이 될 때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적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간의 가치나 고귀함을 알리는 인문학, 예술, 문화, 리버럴 아츠(Liberal Arts)가 더 강화돼야 하고, 숙대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처장: 원장님의 넘치는 아이디어와 열정이 우리대학에도 널리 퍼져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동안 인터뷰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