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학 111주년 기획 인터뷰 시리즈 [르네상스 숙명, 길을 묻다] - ④ 나경애 비상대책위원장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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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9356/artclView.do?layout=unknown

르네상스 숙명, 길을 묻다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간단한 질문이지만 대답은 쉽지 않다. 누군가는 대학을 설립한 주체인 학교법인이라고 할 수 있고, 어떤 이는 교육과 연구를 주도하는 교수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학생은 “우리가 바로 대학의 주인”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졸업생 두 명 중 한명이 취업을 못하는 상황에서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올해 56년 만에 처음으로 총학생회 구성을 못했으며, 서강대, 한국외대 등 다른 주요대학들도 마찬가지다. 학생 대표 선출에 어려움을 겪는 건 전국 모든 대학의 공통 현상이다.

 

우리대학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총학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제49대 비대위는 대선을 앞두고 대학사회에 들끓는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숙명 창학 111주년이라는 뜻깊은 한 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새로 비대위원회를 이끌게 된 나경애 위원장(컴퓨터과학14)을 만나 각오를 들어봤다.

 

 

이형진 대외협력처장(이하 이 처장): 어려운 자리 함께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창학 111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에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서 더욱 책임감이 무거울 것 같습니다.

 

나경애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나 위원장): 지난 4월 5일자로 제49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아무래도 총학생회처럼 학생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 대표가 아니다보니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더욱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창학 111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시기에 비대위원장 직을 수행해야 하는데, 책임감을 갖고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 처장: 학생회가 2년 연속 구성되지 못했습니다. 다른 대학들도 총학생회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나 위원장: 취업이 어려워서죠. 스펙관리에 쫓기다보니 업무 부담이 높은 학생회 활동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예 후보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저도 처음 공과대학 학생 대표로 나설 때 부모님이 만류하셨는데 개인적으로 대학생활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도전하게 됐습니다.

 

이 처장: 기대가 큰 만큼 어려움도 많을 것 같습니다.

 

나 위원장: 비대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생들과 학교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소통의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총학생회가 없어도 최대한 부재를 느끼지 않도록 해야겠죠. 지난해의 경우 비대위가 학생들을 대표해 동맹휴업이나 시국선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학생들을 하나로 모으고 목소리를 내는 데에 앞장섰습니다.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저희도 이를 참고하려고 합니다. 총학생회만큼의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나 사업 추진은 쉽지 않더라도, 신중하게 학생들의 총의를 살피는 방식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다만 단과대학 대표들이 모여서 총학의 업무를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소속 단대별 이슈에는 다소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원활히 양자 간 업무를 조율하겠습니다.

 

이 처장: 비대위원장을 맡고나서 우리대학의 현황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았을 텐데 학생들이 생각하는 숙명여대의 강점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나 위원장: 우리대학이 올해 창학 11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오랜 역사동안 자랑스러운 동문들이 계셨고, 학생들은 선배님들을 보며 꿈을 키워나갑니다. 이런 전통과 인적자원이 무엇보다 숙명의 큰 강점이죠.

 

이 처장: 말씀대로 111년 지속된 대학의 역량은 큰 자산이자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 구성원들은 이런 역사와 전통의 힘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자부심을 느낄까요? 어쩌면 그냥 ‘생긴지 오래됐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 위원장: 그럴 수 있죠. 숫자만 들었을 땐 크게 와 닿는게 사실 별로 없으니까요. 그런데 숙명의 역사는 교육받지 못한 여성들을 가르쳐 나라를 부흥시키겠다고 한 여성교육혁신의 역사입니다. 사회적 규범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정신을 지금 세대에도 알리면 학생들도 새삼 깨닫는 게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이를 어떻게 알리고 전달하느냐죠.

 

이 처장: 학교가 노력을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 학생들이 학사와 관련한 사항이 아니면 자발적으로 관심 가지긴 쉽지 않으니까요. 학생들 차원에서 이를 즐기고 알아가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가질 수 있게 할 방법이 있을까요?

 

나 위원장: 여러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죠. 비대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걸 알아보겠습니다. 예컨대 5월에 학교 축제를 할 때 숙명의 역사를 알리는 부스를 차려서 <도전 골든벨> 형식으로 퀴즈를 내거나 오래된 미공개 학교 사진을 제보하고 이를 이용해 사진전을 열 수 있겠죠. 학생들이 스스로 역사를 알고 싶다고 느낄 계기를 만들어주어야 효과가 있으니까요.

 

이 처장: 우리대학은 ‘르네상스 숙명’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숙명의 역사와 가진 역량에 맞도록 위상을 강화하자는 의미인데, 학생회 입장에서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나 위원장: 대학 홍보와 입학 관리에 조금 더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대학의 실제 위상에 비해 대내외 인식은 그에 못 미친다고 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과 동문들을 고교생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면 합니다.

 

입학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의 등급표가 될 수 있는 입학성적 공개 범위라던지, 수능 최저등급 완화같은 문제는 ‘수험생을 얼마나 더 받아들이냐’라는 관점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위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처장: 취업이 어렵습니다. 우리대학은 지난 3월 취업경력개발원을 경력개발처로 격상시키고, 대학창조일자리센터 등 정부 사업을 운영하면서 취업률 제고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수요자 입장에서 우리대학 취업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나 위원장: 저 자신이 4학년이기 때문에 취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우리대학의 취업프로그램을 눈여겨보고 있고, 또 실제로 매우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력개발처 홈페이지를 가면 매일 평균적으로 4개 가량의 인턴 및 공채 채용 공지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고, 다양한 분야의 특강도 자주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력개발처 자체를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학교에서 문자를 보내긴 하지만 선배들이나 교수님들이 직접 설명하면 더 관심과 신뢰가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처장: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앞으로 많은 일자리가 AI 혹은 기계로 대체된다고 하는데, 곧 사회에 진출할 학생들이 변화를 직접 몸으로 겪게 될 것 같습니다. 이에 대비해 학생들은 우리대학이 어떤 준비나 역할을 해 주길 원할까요?

 

나 위원장: 최근 분노의 질주라는 영화를 봤는데 자율주행차를 해킹해서 사람을 다치게 하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다보니 이런 일들이 마냥 영화로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키워드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라고 하는데 이와 관련된 분야의 특강, 교과과목, 융합전공 개설 같은 준비에 학교가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습니다. 현재 프라임사업단에서 같은 취지의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필요성을 더 널리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특성과 능력을 살리는 교육도 강화했으면 합니다.

 

이 처장: 숙명의 가족으로서 학생들의 소속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부탁드립니다.

 

나 위원장: 학생들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이벤트가 자주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대학의 경우 전체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가 입학식, 졸업식 이외에는 거의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저희 비대위도 협찬 행사같이 작은 이벤트라고 할지라도 학생들이 커다란 만족감을 가질 수 있게 주의를 기울이고, 전국의 다른 대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토론회 등 대외활동을 강화해 학교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노력하겠습니다.

 

 

이 처장: 말씀 감사합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진 것에 대해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앞으로도 대학의 주요 구성원인 학생들의 고민과 관심사항을 듣는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끝으로 학교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나 위원장: 우리나라 여성 교육의 출발점이었던 숙명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앞장서서 행동해온 변화와 혁신의 중심이었습니다. 이 같이 자랑스러운 111년의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는 현재, 숙명의 르네상스가 꼭 이루어져 앞으로도 더 멋진 역사를 써나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