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학 111주년 기획 인터뷰 시리즈 [르네상스 숙명, 길을 묻다] - ⑤ 오도석 숙명여대 노조위원장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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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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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의 창학 111주년이라는 역사에는 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 최초의 민족여성사학이라는 자부심으로 자신의 청춘을 바친 구성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숙명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교수와 학생, 그리고 동문들이 쌓아올린 업적과 노고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반면, 묵묵히 사무실에서 숙명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직원들을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우리대학에는 현재 총 317명(2017. 3월말 기준·계약직 포함)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마치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산소와 필수 영양분을 전달하는 혈관처럼 입학, 교무, 예산, 기획, 학사 등 대학 행정 전 분야에 걸쳐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숙명의 직원들은 국내 최초로 교육·학사 서비스 전 분야에 걸쳐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하고 NCSI(국가고객만족도)평가에서 매년 수위를 다툴 정도로 우수한 역량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 비해, 지금까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거의 없었다. 이에 르네상스 숙명 기획인터뷰에서는 숙명 노동조합 15대 위원장인 오도석 위원장을 초대해 창학 111주년을 맞은 숙명 직원사회의 각오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4월말 사회교육관에 위치한 노동조합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이형진 대외협력처장(이하 이 처장):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학 111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르네상스 숙명 기획 인터뷰에 직원을 대표해서 나오셨습니다. 숙명의 주요 구성원인 직원사회의 입장을 듣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오도석 노조위원장(이하 오 위원장): 직원을 대표한다는 말이 부담스럽습니다.(웃음) 숙명여대에서 근무한지 20년 가까이 됐습니다. 숙명은 저의 모교나 마찬가지입니다. 노조위원장이자 학교의 가족으로서 필요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저의 의견이 전체 직원들의 목소리와는 일부 다를 수 있음을 먼저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처장: 숙명의 15대 노조위원장으로 취임하신지 8개월가량 지났습니다. 그동안 노조활동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와 소감을 여쭙고 싶습니다.

 

오 위원장: 노조위원장 취임 전에 사무국장으로 3년 6개월가량 활동을 했기 때문에 적응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노조가입률이 95% 이상일 정도로 굳건한 결속을 자랑하는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도 있었습니다. 다만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숙명의 노동조합은 앞서 약 10년의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취약해진 조합원의 위상을 정립하고, 노동가치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복지가 이뤄지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이 처장: 직원 사회에서 바라보는 종합대학 숙명의 잠재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 위원장: 숙명의 잠재력은 동문을 포함한 숙명의 역사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111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파워와 발전동력을 현재의 가치와 잘 융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처장: 우리대학은 얼마 전에 ‘미래의 가치를 품은 글로벌 숙명’이라는 비전 하에 발전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창학기념식에서 더욱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텐데, 이에 대한 직원 사회의 인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오 위원장: 교육 환경, 사회의 요구가 달라짐에 따라 대학의 비전과 발전전략도 바뀌어야겠죠. 강 총장님도 그런 맥락에서 ‘르네상스 숙명’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핵심, 융합, 공유라는 미래가치에 대해 발전전략을 내놓으신거라고 이해합니다. 직원사회의 바램은, 총장님 재임 기간 동안 전략을 조금 더 선택적으로 집중해서 보다 구체화된 결과를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야 구성원들도 공감하고 가슴에 와 닿지 않을까요?

 

이 처장: 학교 발전을 위해 필요한 우선순위를 조금 더 명확하게 가져가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현재 우리대학은 매년 행정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평가가 항상 유쾌하지는 않을텐데, 그 결과는 어떻게 피드백하고 계신가요?

 

오 위원장: 행정만족도 조사는 매년 하고 있지만 피드백은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해당 부서에 만족도 조사 결과를 통보하면 보통 자체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특정 한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부서와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학교 전체의 공통 이슈에는 전체가 모여서 그 사안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평가를 한 가지 잣대로 하면 안됩니다. 지원부서나 기획부서, 민원부서는 각각의 업무특성과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평가 기준을 다르게 가져가야죠. 그래야 직원들이 결과에 수긍하고 적극적인 피드백을 할테니까요. ‘올해엔 점수가 얼마나 나왔네’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있으면 고치고, 좋은 사례는 공유하는 방식으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이 두 가지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처장: ‘교직원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사회적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대학 교직원 채용에도 상당히 뛰어난 역량을 갖춘 지원자들이 대거 몰리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 위원장: 그런 시각이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 대학의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에서 현재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재정위기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이러한 변화를 대비해야 하는 직원들의 업무강도는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죠. 실제 교직원의 이직률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현재는 어떨지 모르지만 앞으로 직장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이 처장: 아무래도 고용의 안정성 측면에서 사람들이 교직원을 선호하는 듯 합니다. 이는 그만큼 우리사회의 고용시장이 불안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대학의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 어떤 대학도 안심할 수 없으니까요.

 

오 위원장: 다른 대학 사례를 봐도 벌써 조짐이 보입니다. 연세대는 신입직원들의 트랙을 별도로 나눠 급여를 차등지급하고 있고, 건국대도 이미 신규 교원들의 호봉이 예전보다 낮아졌는데 곧 직원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수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같은 대학 내에서 젊은 교수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수가 처한 상황이 다르죠.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가진 대학들도 이러니, 나머지 대학은 말할 것도 없죠. 이대로 가면 신이 버린 직장이 될 날도 머지 않아 올 것 같습니다.

 

이 처장: 재정 위기를 언급하셔서 여쭙니다. 우리대학은 직원노조 차원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오 위원장: 재정위기는 사립대 총장협의회에서도 얘기가 나왔고, 다른 대학 노조위원장들과의 모임에서도 가장 큰 화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대학의 살림살이에 대한 실상을 먼저 제대로 알리고 전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 고민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가정에 빗대보면, 가장의 월급이 줄어든다고 했을 때 혼자 고민하지 말고 배우자, 자녀와 짐을 같이 들어야죠. 그런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 더 높아지지 않습니까.

 

구체적인 방법을 예로 들자면,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개선해 예산을 절감하고 유휴자원을 이용한 수익창출이나 기금활용을 통한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적으로는 정부재정지정사업에 주력하는 동시에 타대학 및 지역사회와 인적·물적 리소스를 공유하는 창조적 방안을 만들어야 하고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업무추진비같은 것은 삭감해도 가시적인 예산절감 효과가 별로 없다고 봅니다. 그런 것보다 오히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프라투자에 보다 신중히 접근하고, 사람에게 더 과감히 투자해 동기부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장기적으론 학교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 처장: 직원은 대학의 주요 구성원이자 실무자임에도 불구하고 행정 업무에 있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그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오 위원장: 대학행정의 측면에서 살펴볼 때 교수들은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고 행정업무는 축소돼야 합니다. 그것이 국내외 대학사회의 트렌드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대학은 직원사회의 경험과 역량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구조적으로 이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년 이상 행정업무를 맡았으면 나름대로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팀장도 전결권이 얼마 안되니까요. 의사결정을 할 때 팀장으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지금보다 더 부여하고 자율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행정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강정애 총장님도 취임 당시 구성원들이 갖는 소외감, 갈등심화에 대해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투명성 및 소통강화, 참여기회 확대라는 해답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를 직원사회에도 적용하면 되겠지요.

 

이 처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대학행정에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오 위원장: 4차 산업혁명은 벌써 시작되고 있죠. AI, 3D프린터, 자율주행차같은 것들이 이미 산업적으로 쓰이니까요. 4차 산업혁명의 대비로 대학마다 융복합전공 개발, 융합전문가 양성, 인문적 소양을 갖춘 인재양성 등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먼저 교수님들이 이에 대비한 교육체계를 만들고 대비하는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전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바뀌는 사회의 수요에 맞춰 다른 학문과의 결합도 염두에 둬야죠. 또 코딩교육을 전교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요. 한편 행정적으로는 교육과정의 개편이 발생할 때 거기에 맞춰 이를 최대한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을 해야 합니다. 인프라 개발 지원이나 교수학습 지원, 유연하고 합리적인 프로세스 구축을 주요 과제로 상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겁니다.

 

이 처장: 그렇다면 직원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어떤 역량을 키워야할까요?

 

오 위원장: 행정전문가로서 급변하는 환경에 잘 대처하기 위한 열린 시각과 유연한 사고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실질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내가 뭘 준비해야 하나’를 화두로 놓고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평소에 꾸준히 학생, 교수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자주 가지면 좋은 롤모델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 처장: 우리대학 직원사회의 발전과 처우개선을 위해 시행해야할 우선 과제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오 위원장: 직원은 학생, 교수와 더불어 대학발전을 위해 함께 가야할 구성원입니다. 직원이 행정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며 동등한 파트너십을 통해 역할을 수행할 분위기가 확산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총장선출제도에도 직원이 민주적인 참여를 할 수 있어야하고, 국내외대학 사례처럼 업무적으로 연관성이 큰 보직은 직원에게도 개방해 전문가로서 역할과 책임을 갖게 만들어야 하죠. 또한 직원의 생활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비슷한 수준의 경쟁대학과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애교심에 걸맞는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이 처장: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 위원장: 대학의 본질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 사회에 내보내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수한 교원과 우수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역량 있는 직원이 이를 뒷받침해야죠.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바닷가 모래알처럼 따로따로 존재하기보다는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자세로 다가올 위기를 함께 이겨냈으면 합니다. 우리 직원사회가 좋은 모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