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 배우는 성교육 콘텐츠 만드는 사회적 기업, 유니콘의 오지연 대표
INTERVIEW
6721
2019.05.23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94184/artclView.do?layout=unknown

최근 여성혐오와 성차별 등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성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보다 뜨겁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가운데, 어린 시절부터 올바른 성교육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성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소셜 벤처를 창업한 동문이 있다. 놀이와 성교육을 접목시켜 아이들이 성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갖도록 하고자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오지연 동문(한국어문학부17)을 숙명통신원이 만나보았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교육, 젠더교육을 놀이형 콘텐츠로 제공하는 소셜 벤처, 유니콘(YOUNiiCON)의 대표 오지연입니다.

 

2. 이 분야로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이전에 영화 연출을 했었어요. 한창 미투(Me-Too)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였지만 막상 주위 환경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이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맞나하는 의문이 들게 되었죠. 평소 사회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도 했고,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남녀 갈등, 여성혐오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후, KT&G에서 주최한 창업캠프에 참여하게 되었고, 열심히 참여한 덕에 1등을 해서 창업에 대한 본격적인 구상을 하게 되었죠.

 

최근,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갈등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간다는 걸 느꼈어요. 이러한 젠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 성교육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작년 1022일에 선발 과정을 거쳐서 캠프에 들어가게 됐고,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3. 기업 이름 유니콘(YOUNiiCON)'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You&I’ ‘Icon’ You&I be the Icon’의 줄임말인데요. 제가 항상 우리 기업의 슬로건처럼 이야기했던 말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 교육이면 좋겠다라는 것이었어요. 비단 남녀혐오문제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서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각자의 아이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는 성교육 수업 모습(유니콘 제공)

 

4. 학부생 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1학년 때부터 숙대신보로 열심히 활동했고, 전공 공부도 성실히 했어요. 이때 당시에는 성실하게 뭐든지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도중, 숙대신보에서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연출한 이호재 감독님을 인터뷰하게 됐어요. 인터뷰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미쳐서 하는 일도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듣고 싶은 과목 위주만 듣기도 했어요(웃음). 그런데 오히려 성적은 더 잘 나오더라고요. 물론,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열중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하니까 친구들이 하나의 분야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며 응원해주었어요. 친구들의 응원이 학교생활 및 창업에 큰 원동력이 됐어요.

 

5.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교육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과 함께 이를 어떻게 놀이를 통해 접목하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놀이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요. ‘놀이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흥미를 느끼게 해주고 몰입도와 학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학습 효과가 더 증대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성교육이나 젠더교육은 강의식으로 주입시키는 것만으로 학습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친근하게 놀이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죠.

 

인간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것에 대해서 아이들이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해요. 핀란드, 네덜란드 등과 같은 성교육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외음부에 대해 학습하는게 당연한 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금기시되거나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인 거예요. 외국에서는 성교육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동의인데요. 아이들이 스킨십 할 때나, 연애할 때에 상대방의 동의가 없이는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교육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이런 성교육을 하는 건 보수적이거나 숨겨야 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라는 걸 퍼뜨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6. 실제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실시했을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저학년 아이들이 교육 효과가 큰 편인데,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했을 때 아이들이 다음 시간에는 뭐해요?’ ‘또 오고 싶어요.’와 같은 말을 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저희에게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의식적으로 성적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하고도 있는데요. 특히 유치원 선생님 같은 여성 비율이 높은 직업군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서 아이들에게 남성도 유치원 선생님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아이들에게 고정관념이 없고, 이분법적 사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제가 더 당황한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주로 저학년 아이들의 신청이 65% 정도를 차지하는데요. 그 외의 고학년 아이들은 단체에서 신청할 때가 많아요. 저번에 한 번 고학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아이들이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유튜브 같은 매체를 자주 접하다 보니까 부적절한 언어를 많이 구사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한편으로 책임감도 느꼈어요.

 


학부모 대상 자녀 성교육 세미나 진행(유니콘 제공)

 

7. 아이들이 성과 젠더 관련해서 가장 흔히 가지는 편견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 편견을 없애기 위해 유니콘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고학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성과 관련된 것을 말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생리나 몽정 같은 현상을 이성에게도 가르치는데요. 남자아이들에게 생리에 대해 가르치면 그걸 제가 왜 배워요?’와 같은 말을 하곤 해요. 그래서 여성에게 일어나는 몸의 변화는 여성만의 일이기 때문에 이성에 대해서 내가 알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전 항상 공감교육을 꼭 시키는 편이에요. 아이들에게 너라면 어떨 것 같아?’와 같은 말을 하면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8.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교육상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원래 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하지 않았어요. 성교육을 전공한 게 아닌지라 저 또한 따로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교육을 준비하는 과정이었죠. 그래서 부모님들이 나한테서 성교육을 받는 것을 필요로 하실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교육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들이 먼저 성교육을 해줄 수 있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가정에서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아이들의 교육에 더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설하게 되었죠. 지난 3월에는 100명 정도가 교육을 받으셨어요. 주로 아이들이 몇 살에 어떤 변화를 겪고, 그에 맞춰서 양육자가 어떻게 아이들을 서포트 해줘야하는가에 대해서 주로 말씀을 드리는 편이에요. 그리고 성교육에 대한 편견을 깨고, 또 부모님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대답해주는 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어요.

 

9.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에 반응이 가장 좋았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생리용품 탐구하기콘텐츠가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부모님들도 많이 신기해하시고, 아이들의 활동 집중도도 높았어요. 생리용품이 굉장히 다양한 편인데도 저는 어렸을 때는 다양한 생리용품의 존재를 몰랐기에 그동안 생리대를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이를 바로잡고자 아이들에게 탐폰, 월경컵, 면생리대 등과 같은 다양한 생리용품을 소개해주고, 직접 만져보는 등의 활동을 했어요. 이러한 활동은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생리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10. 커리큘럼을 제작할 때 힘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콘텐츠 제작이 가장 힘들죠(웃음). 학부생 시절 때 스토리텔링을 이수하진 못했지만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당시 지도교수님이 최시한 교수님이셨는데, 피드백도 많이 받고 이것저것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항상 고민을 해보고 아이디어를 내봤지만 힘들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효과를 낼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 보니까 최근에는 대학원까지 생각하게 됐어요(웃음). 커리큘럼을 제작할 때에는 항상 기본적인 부분을 지키되, 콘텐츠를 제작하고 교육 효과와 더불어 아이들의 재미까지 고려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여러 가지 고민할 게 많다 보니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11. 숙명에서의 배움이 창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제가 창업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전 국어 선생님이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숙명여대에 입학하고 난 후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요. 1학년 때 <한국어문학입문>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당시 교수님께서 일본, 베트남과 같은 나라의 문학을 제대로 알아야 우리 문학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우리 전공 자체가 굉장히 역동적인 학문이고,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다는 걸 느끼게 되었죠.

 

이 외에도, 제가 여성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숙명여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숙대신보에서 활동했던 시기인 2012년은 여성 이슈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던 때였어요. 그럼에도 숙대신보는 서울권 대학 중 유일하게 여성부를 유지하고 있던 학보였어요. 한국어문학부의 <여성문학론> 등 다양한 여성학 강의를 통해 얻는 지식은 우리대학 학생들만 가질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대학보다 여성 이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도 많고, 여성의 주체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숙명에서 배운 가치가 정말 큰 것 같아요

 

12. 향후 계획과 소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하는 성교육이 표준이 됐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성교육 단체가 있고, 이에 따라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해부학적 생물학적 지식만을 가르치는 등 일상적인 측면이나 여성의 인권을 중시하는 교육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애주기별로 맞춰서 꾸준히 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저희 유니콘의 신념인데요. 이러한 신조가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웃음). 성교육에 대한 기조가 바뀌고, 성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토론할 수 있는 사회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13. 창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우리대학에 많은데,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다면 그걸 바탕으로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창업하는 걸 망설이지 않는 게 중요해요. 우리 학생들은 충분한 역량을 가졌어요. 그러니까 주저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실행해보셨으면 좋겠어요. , 취업에만 몰두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바가 있으면 해도 된다는 기조를 가지고 진취적으로 행동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17기 남가은(소비자경제학과18), 이해진(홍보광고학과17), 정세린(영어영문학부17)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