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통해 전 지구적 가치를 추구하다, 비거니즘 동아리 ‘수채화’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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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95110/artclView.do?layout=unknown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안적 식습관을 원하는 이들 사이에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은 비건. 비건은 고기 등 육류는 물론, 우유와 계란, 꿀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을 의미한다. 국내에도 최근 비건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이른바 비거니즘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채식을 통한 특별한 체험을 찾는 우리대학 학생들이 모였다. 지난 2월 창단한 비거니즘 동아리 수채화는 음식을 개인적인 즐거움을 넘어 전지구적 가치를 추구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환경과 동물보호,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수채화를 숙명통신원이 만났다.

 


청파제에서 부스를 운영한 비거니즘 동아리 '수채화'

 

1. 간단한 자기소개, 그리고 수채화 동아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한나(이하 최): 저는 수채화 부회장 최한나이고요, 사회심리학과 17학번입니다.

손정림(이하 손): 저는 수채화 회장 손정림이고, 수학과 16학번입니다. 수채화를 그리면 물감이 번져나가는 것처럼 숙대 안에도 비거니즘이 더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동아리 이름을 지었습니다. 현재 회원은 총 49명입니다.

 

2. 채식을 시작한 계기와 비거니즘 동아리를 만들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 고등학생 때부터 환경과 동물의 권리 등에 관한 매체를 접하며 비거니즘을 실천해왔습니다. 동아리를 만들게 된 계기는 교내 커뮤니티를 통해 채식 소모임을 결성하면서부터입니다. 두달에 한 번 식사하면서 동아리 이야기가 처음 나왔는데, 고학번 분들이 주저하셨어요.(웃음) 그러던중 부회장님께서 동아리를 만들자고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 2년 전 동물보호동아리에서 유기견 봉사를 하면서 육식을 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모순이라고 느끼게 됐습니다. 회원마다 채식을 시작한 계기는 다른데 비거니즘을 시작한 이상 동물권이나 환경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채식주의자들이 숙대 내에서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졸업해야겠다는 작은 목표가 있었어요. 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교내 커뮤니티에 모집글을 올렸고, 소모임을 주도하고 계셨던 지금의 회장님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회장님이 비건 생활을 제일 오래 하셨기 때문에 회장직을 부탁드렸고, 회장님과 저를 비롯한 창립 멤버 대부분이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3. 일상생활에서 채식을 실천하면서 불편하게 느끼는 점이 있을까요?

 

: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불편합니다. 제가 무언가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듯이 질문을 던지거나, 육식을 강요하는 사회적 문화, 개인적인 생각, 편견들이요. ‘나는 채식 죽어도 못해’, ‘다른 거는 포기해도 고기는 절대 포기 못하겠더라같은 힘 빠지게 하는 말들도요. 한 입 먹어보라며 육식을 강요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더라고요. 이런 사회 전반적인 문화나 개인의 말들이 불편합니다.

 

: 엠티에 가면 거의 무조건 고기를 먹잖아요. 단체생활을 할 때 식사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서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요즘 교내 활동들은 배려를 많이 해주지만, 그래도 여전히 회식이나 뒷풀이 같은 행사에서는 고기를 먹으러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제일 불편한 건 인식이나 분위기입니다.

 

4. 학교 주변 식당은 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대부분인데요. 학교에 다니면서 어떻게 채식을 실천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음식점에 가면 항상 물어봅니다. 보통 물어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고기 가루, 고기 육수, 조미료까지 구체적으로 물어봐요. 이런 불편함이 동아리 내에서도 공감을 얻어 개인적 불편함이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수채화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채식지도(地圖) TF팀 활동의 자료조사를 마친 상태인데, 1학기 내로 공유될 예정입니다.

 

: 채식지도는 부원들이 학교 앞의 모든 식당에 방문하여 고기가 안 들어간 메뉴를 찾아 채식이 가능한 식당을 정리한 지도입니다. 디자인팀에서 한글 및 영문 버전으로 제작 중이고, 수채화의 채식지도를 통해 많은 비거니스트들의 불편이 해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진행하는 독서토론

 

5. 채식에 관한 많은 오해와 편견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최근에 들은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집 가면 고기 먹을 걸?”이었어요. 밖에서는 채식하는 척하고, 집에서는 고기를 먹는 위선자처럼 옳은 일을 보여주기 식으로 하는 거 아니냐는 시선을 받은 적이 있어요. 채식과 관련된 오해들에 대해 수채화 SNS에 카드뉴스 형식으로 정리해뒀는데,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저는 우리는 너희를 채식주의자로 배려해주는데, 너는 왜 감사하지 않아?”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 순간에 되게 황당했던 것 같아요. ‘내가 감사해야 하나? 채식주의자는 배려 받아야 하는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6. 개인이 아닌 동아리 부원들과 채식을 실천해서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서로 공감할 수 있고, 불만, 경험이나 다양한 팁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는 것도 좋았어요.

 

: “나는 채식주의자야라고 하면 어디서나 그 누군가에게 첫 번째 채식주의자였어요. 사람들에게서 채식주의자 처음 본다라는 말을 진짜 많이 듣는데, 동아리를 하면 저와 비슷한 사람이 많잖아요. 누군가에게는 첫 번째 채식주의자이지만, 동아리 내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소통한다는 점이 좋았어요.

 


 


청파제 부스에서 판매한 스티커와 버떡버떡 조합

 

7. 동아리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대외적으로는 비거니즘의 가시화에요. 이번에 쓴 비건 가이드라인 대자보가 이슈가 되었는데, 학내 대표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쓰게 되었어요. MT도 다녀왔는데, 월남쌈부터 파스타까지 다양한 메뉴를 먹으면서 저희 모두 너무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미디어의 영향에 대한 발제 세미나도 진행했고, 비건 페스티벌도 함께 다녀왔습니다. 이외에도 청파제 행사 부스 운영이나 채식지도 제작 활동을 하고 있어요.

 

: ‘비먹이라고 해서 밥 먹는 모임도 있어요. 매주 2회 정도 시간 맞는 회원 분들끼리 번개 모임으로 학교 앞에서 식사하기도 해요. 사실 이번 학기는 학교 안에 흩어져있는 채식주의자 분들을 모으는 것이 목표입니다. 2학기 때는 활동을 좀 더 체계화하려고 합니다.

 

8. 숙명여대가 숙명인들의 비건 생활을 위해 어떤 부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총학생회에서는 비건 간식을 따로 준비하는 등 이런 기조를 가지고 활동해 주시는데 학교에서는 식사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학식에 모든 성분 표시를 해줄 수 있냐는 질문을 했는데 그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그리고 교내 카페에서 두유 옵션을 선택하면 추가금 400원을 더 받더라고요. 전반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비건 메뉴를 도입해주셨으면 좋겠고, 어떤 메뉴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확인할 수 있게 정확한 성분 표시를 해주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사실 올해는 과별로 행사 전에 미리 조사를 하는 등의 큰 변화가 있었어요. 행사 기획에서 신경 써야할 부분들이 많아서 힘들텐데,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주시는 건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그렇지만 더 나야가야 합니다. 저희는 멈추지 않아요.(웃음) 수채화가 크면서도 작은 시작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교내 식당에 들렀었는데, 먹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이런 부분에서 채식하는 사람을 위한 음식이 없다는 것을 크게 느껴요. 사실 유학생들 중에서도 다양한 이유로 비건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한국어로도 없는 성분 표시가 영어로 있을 리 없죠. 그래서 밥을 먹을 때마다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고 해요. 그런 부분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9. 채식을 시작하려는 초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일단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마음먹기까지가 되게 힘들어요. 특히나 채식은 많은 사람들과 같이 식사하는 부분에 있어 고민이 있을 수 있어요. 일단 시작하고 더 많이 공부하다 보면 본인의 생각이 확고해져서 주변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어요.

 

: 시작해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채식주의자를 본 적도 없을뿐더러, 채식이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채식을 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수채화에서 회원 모집할 때 혼자 시작하기 어려워서 지원하셨다는 분들도 많아요. 관심이 있다면 수채화에 들어와서 함께 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입문용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아무튼, 비건을 추천합니다. 저희 수채화에서는 이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중 <잡식가족의 딜레마(2015, 황윤)>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10. 수채화가 추구하는 것, 변화시키고 싶은 점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 교내 동아리로서, 어떻게 보면 작은 사회인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사회문화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내에 비거니즘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 학교 안에서만이라도 편견과 오해에서 자유롭고 싶은 마음도 있고, 같이 채식하는 사람들이 덜 불편하게 살았으면 해요.

 

11. 마지막으로 숙명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채식에 관심이 있고 비거니즘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한 번 해 보시고 2학기에 저희가 다시 모집을 할 때 같이 활동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보인다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시도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한번 해 보시고, 수채화에 들어오시면 됩니다.(웃음)

 

: 비거니즘 인식 확장의 연장 측면에서 교내 학생회나 학회, 동아리 대표자 혹은 운영진들 가운데, 채식을 위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이한 사람이라고 보기보다는, 비거니즘이라는 하나의 사회적인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또 숙대에서도 큰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취재: 숙명통신원 17기 이혜진(한국어문학부17), 18기 배주은(가족자원경영학과19), 18기 임나영(경영학부18)

정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