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연속된 장애물을 넘는 허들경기와 같아요” 비아케이스튜디오 안윤경 대표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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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5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32902/artclView.do?layout=unknown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 후혹은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을 꿈꾼다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수요는 있었지만 공급은 부족했던 틈새시장을 개척해 성공적인 길로 들어선 이들이 있는 반면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현실의 커다란 장벽을 느끼고 좌절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대학에서 공예와 대학원 금속공예를 전공한 안윤경 동문은 꽃을 주제로 한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비아케이스튜디오의 대표다비아케이스튜디오의 플라워 LED무드등은 유명 인테리어 앱의 베스트 상품으로 올라서며 매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바 있으며해외에서도 관련 상품을 표절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외 해외를 넘나들며 성공적으로 디자인 창업 스튜디오를 일군 안 동문은 공예과 특유의 존버 정신이 안정적인 창업의 배경이 됐다고 말한다학교에서 배운 역량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 사회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안 동문을 인터뷰했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숙명여대 공예과를 1997년에 졸업하고 동대학원 금속공예전공을 한 안윤경입니다현재 공예디자인스튜디오인 비아케이스튜디오를 운영 중이고모교 공예과에서 강의를 통해 후배들도 만나고 있습니다비아케이스튜디오는 공예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2007년 처음 via K studio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했고, 2018년에는 비아케이스튜디오 주식회사가 설립됐습니다현재 디자인기획제작유통과 함께 브랜드 프로모션콜라보레이션 등 자사 디자인과 결합되는 다양한 활동도 진행 중입니다.

 

2. 학부 졸업 후 창업을 하기까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으셨을 거 같아요.

 

제가 학부를 졸업할 당시는 모든 면에서 호황인 시기였습니다친구들은 대부분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저는 패션 쪽 전공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해외 유학을 준비했고포트폴리오를 꾸리면서 학부 졸업 전 뉴욕에 어학연수를 갔습니다어학연수를 하면서 조소과나 무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됐고, 6개월쯤 지나 무대디자인 전공 대학원에 합격을 했습니다그런데 당시 갑자기 IMF사태가 터졌어요전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학업을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환율이 2,000원까지 오르면서 결국 귀국해야했죠.

제가 성격상 하고 싶은 건 꼭 해봐야해요그래서 귀국하자마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디자인과도 진학하려고 알아보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에도 합격했어요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모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게 됐습니다.

이후 기회가 닿아 캐나다 밴쿠버에 있다 다시 미국 뉴욕으로 가서 미국 진출을 원하는 국내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업무를 대행하는 패션에이전시를 차렸죠그러는 와중에 틈틈이 주얼리를 만들어 뉴욕의 편십숍들에 제품을 판매했는데 그 브랜드 이름이 바로 via K studio였어요현재의 비아케이스튜디오가 여기서 시작된거죠.

 


201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당시 비아케이스튜디오 참여부스 전경 

 

3. 플라워를 모티브로 한 리빙소품들이 유명 인테리어 앱에서 추천될 만큼 유명하신데요처음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처음부터 이 아이템으로 사업을 해야지라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뉴욕에서 일을 하다 2007년 한국에 돌아와 같은 공예과 선배였던 황진경 교수님(공예과 금속전공)과 함께 국내의 뮤지엄샵에 수공예 장신구를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죠이후 황 교수님은 학교로 이직하시고, 2014년부터 중국에 차별화된 생산라인을 구축하면서 현재의 제품군이 만들어졌습니다.

 

4. 대학 생활이 본인의 창업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학부와 대학원을 거치며 만나 뵈었던 교수님들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특히 대학원 교수님들은 저에게 큰 영향을 주셨어요국내 CI브랜드의 대모이신 구정순 선배님(구하우스디자인포커스 대표)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내 일을 하면서 후배들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김재영 교수님(현재 공예과 명예교수)으로부터 배운 공예에 대한 가치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마음은 저에게 큰 자산이 됐습니다.

그리고 공예과는 직접 몸을 쓰면서 작업을 해야 하고절대적인 투자시간이 있어야 결과물이 나옵니다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무엇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좀 덜한 것 같고끈기 있게 버텨내는 역량이 생기지 않나 싶네요창업은 쉬울 수 있지만 그것을 오래 끈기 있게 버티는 지구력은 절대 쉽지 않거든요소위 요즘의 존버정신이 공예과 출신들에게 유독 강한 것 같습니다.

 

5. 회사 대표로서 겪으셨던 에피소드나 잊지 못할 기억 같은 것이 있으실까요?

 

저희 아버지가 살아가면서 고민이나 문제가 없으면 죽을 때가 된거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인생은 고민과 문제의 연속이라는 뜻이겠죠저는 회사 운영을 허들경기라고 생각해요하나를 넘고 나면 그 다음 문제가 또 있으니까요요즘 저희 제품이 인기가 생기다 보니 중국에서 도용하는 곳들이 나오고 제품 이미지까지 차용해서 등록하는 셀러들도 있어 고생하고 있어요디자인 쪽은 이런 문제가 어렵고 힘든 싸움이죠이 또한 그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반면 고객들이 큰 힘을 주기도 합니다초기부터 저희 제품을 애용하시면서 버리지 못해 특별히 제작해 드린 분전시장에 찾아오셔서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하신 분여자친구분마다 저희 제품으로 선물주시는 분(최근엔 안 오셔서 아마 마지막 연애가 잘 되신 것 같아요)들이 기억나네요.

 


 

6. 얼마 전 2021학년도 신입생들을 위해 무려 3,000개의 무드등을 기부하셔서 화제가 됐습니다.

 

졸업하고 금속공예과 동문모임인 (SOOM)’의 일을 하면서 총동문회 미술대학 임원 일도 같이 하게 됐습니다한때 동문회는 저와 거리가 먼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동문회 모임을 통해서 원로 선배님들의 학교에 대한 애정과 기부하는 모습들을 접하고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그래서 저희 스튜디오가 제작한 무드등을 학생들에게 선물하면 어떨까 고민했고이번에 실행으로 옮겼죠우리대학에 기부하시는 모교 동문들이 많으신데미대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습니다.

 

7. 디자인 기반의 창업을 염두에 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우선은 졸업 이후 회사 생활을 해보시길 바랍니다창업을 하더라도 앞서 한 회사 생활이 필요한 경험치가 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그리고 시작만 하면 대박이야혹은 한방에 잘 될거야 식의 요행을 바라지 않으셨으면 해요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숙성시키는 시간이 필요합니다나만 좋아서도 안되고시기가 맞아야 합니다또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중심을 잘 지키는 초심과 지구력만 있다면 어떠한 상황도 잘 버티실 수 있을거에요.

끝으로는 좋은 팀을 구성하세요혼자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잘 맞는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저희 스튜디오도 시작부터 함께한 동료들과 힘이 되어준 선후배가 있습니다이들이 함께 할 때 그 시너지는 배가됩니다.

 


비아케이스튜디오 창립 11주년 기념 사진

 

8. 동문님께 숙명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숙명은 저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시해주었고버틸 수 있는 지구력을 가르쳐 준 곳입니다학교를 통해 만난 선생님들이 안 계셨다면 현재의 제가 없었을거에요현재 비아케이스튜디오에 숙대 후배들이 3명이나 있고또 핵심인력입니다좋은 구성원들이 마음을 다해 함께 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잘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이런 귀한 인연을 만들어 준 곳이 저의 자랑스러운 모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