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색보다 한 번의 경험을 통해 꿈을 그리세요”, 변호사 이주미 동문
INTERVIEW
119918
2022.10.24
http://pr.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90430/artclView.do?layout=unknown

누구라도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는 두려움을 품기 마련이다. 이때 ‘발걸음을 멈추느냐, 혹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길로 나아가느냐’라는 결정은 도전하는 이의 몫이다. 이주미 동문(법학부 13)은 변호사라는 진로를 설정하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변호사가 되고 난 뒤에도 스스로 성장을 위한 도전과 경험을 다양하게 시도해왔다. ‘세상에 따뜻함을 더하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고 있는 이주미 동문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들어보았다.



 

1.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년 차 변호사로 재직 중인 법학부 13학번 이주미입니다. 이렇게 모교와 대면하게 된 것이 졸업 이후로 근 5년 만이라 무척 반갑고 설렙니다.

 

2. 변호사로서 현재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시나요?

 

저는 현재 여러 사업체를 보유한 홀딩스의 사내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저의 주된 업무는 사업체별 계약서를 검토하면서 법률 자문을 하고, 이슈 발생 시 솔루션을 제시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슈의 난이도에 따라 국내 로펌들과 협업하여 사건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3. 어떻게 지금의 업무를 선택하게 되셨나요?

 

사내 변호사로 근무하기 전에는 로펌에서 담당 사건에 대한 서면을 작성하고 소송을 수행하는 일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성취감과 승부욕은 변호사로서의 첫 1년을 보내는 데 있어 큰 자양분이었지만, ‘일’과 ‘일을 제외한 영역’ 간의 밸런스를 유지하기가 힘들었어요. 문득 워라밸, 급여, 성장 가능성 등 다양한 조건 중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선 송무를 떠나 이 직역 안에서 다른 선택을 해보자. 비교군을 만들어 가보자. 그중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내자’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직을 하고 난 후 큰 장점 중 하나를 꼽자면, 이전 로펌에 있을 때는 혼자 머리를 싸매고 씨름하는 순간들이 대다수였지만 현재는 많은 직역의 사람들과 교류하는게 일상이 되었다는 거예요. 게다가 연차를 자유로이 쓸 수 있고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다는 점, 복장이 자유롭다는 점은 덤이고요.

 


 

4. 법학과를 졸업하셨어요. 법학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모두 변호사가 되는 건 아닌데, 변호사의 꿈을 꾸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 역시 법조인을 꿈꿔서 법대에 진학한 것은 아니었어요. 본래는 마케팅이나 경영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복수전공이나 전과와 같은 수단들도 고려했었죠. 하지만 입학 후 우리대학 법대 교수님들의 강의가 타 대학에서도 명성이 자자할 만큼 수준이 높았고, 2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법학 공부에 흥미와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5. 변호사라는 진로를 결심하게 만든 숙명에서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제 진로에 명확한 확신이 없던 시절, 학교에서 교양 강의를 통해 경영학, 경제학, 심리학, 인문학, 의상학, 유아교육, 심지어 동양 미술학 등 관심이 있던 모든 분야의 학문을 수강했어요. 교양 과목을 단순히 학점 채우기식의 용도로 보고 부차적인 수단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저의 자질과 성향에 맞는 학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여겼어요. 이렇듯 관심 있는 분야를 교양수업으로라도 접해보면서, 마침내 저에게는 법학이 가장 적합한 진로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어요. 어떠한 비교군도 없었다면 법학이 저에게 잘 맞는다는 것은 주관적 판단에 불과했겠지만 이러한 경험 덕분에 진로에 확신을 갖게 됐죠.

 

6. 지난 2019년, 로스쿨 재학생들의 로펌 인턴 생활기를 그려낸 TV프로그램 <굿피플>에 출연하셨어요. 출연 당시 매 회차 성실히 과제를 수행하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굿피플에서 수많은 도전의 순간들을 용감하게 통과하셨듯, 처음이라는 출발선 앞에서 어떻게 용기를 내시나요?

 

인턴 생활 초반에는 매일 거듭해서 이루어지는 평가와 낯선 생활 반경 속에서 주눅이 많이 들었고, 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힘들었어요. 하지만 스스로 모든 약점을 인정하기로 했던 순간부터 성장할 수 있었어요. 앞선 과제에서 1등을 한 동료들로부터 전달받은 서면을 반복해서 읽었고, 동료들의 좋은 퍼포먼스를 마주할 때마다 부분별로 문구나 표현을 따로 적어 외웠어요. 그렇게 좋은 것을 모방하고 흡수함과 동시에, 제가 인정받았던 장점들을 조금씩 살리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좋은 성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처음의 순간 앞에서는 언제나 떨리기 마련인데요, 그럴 때마다 가장 도움을 받는 것은 ‘도전 이후의 유연한 사고’입니다. 도전했지만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거기서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을 시도해 보고, 그것도 안 되면 그냥 그 결과만 가지고 벗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결과가 어떻든, 제가 어떤 도전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가치와 노력, 그에 따른 결과는 잊거나 놓아버리지 않습니다. 유연한 사고로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면 모든 도전에는 실패가 없다고 생각하게 돼요. 어쨌든 어떤 결과든 남기 마련이니까요. 이와 같은 과정을 계속 경험하다 보면 다음 도전에서는 보다 쉽게 용기를 낼 수 있게 됩니다.

 


(출처 -'신입사원 탄생기 - 굿피플', 채널A)

 

7. 변호사는 워라밸을 지키기 힘든 직업으로 인식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동문님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일과 삶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일이 나의 기쁨이자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적정한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로스쿨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가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법은 ‘낯선 것’의 도움을 받는 거예요. 일주일에 반나절을 쉬더라도, 집에만 있기보다는 바깥세상으로 나갔어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하거나, 태어나 처음 맛보는 음식을 먹으러 가기도 했어요. 그마저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 날에는 평소와는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다니는 길과 아예 반대편의 길을 통해 출퇴근하기도 했어요. 계속해서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는 거죠. 성인이 된 사람들은 저마다 이미 가지고 있는 휴식의 형태가 있지만, 익숙한 방식의 휴식을 통해서는 온전히 그 시간을 누리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제게는 루틴과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낯선 것을 마주했을 때의 설렘과 두려움은 ‘일하지 않는 상태’를 쉽게,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8. 변호사시험 합격 후 ‘세상의 따뜻함을 더하는 변호사가 되겠다’라는 소감을 남기셨어요. 어느덧 1년 차 변호사가 되신 지금, 동문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변호사’는 어떤 사람인가요?

 

변호사라는 직업이 왜 직업의식으로서 사명감을 요구하는지, 변호사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었어요. 변호사는 한 사건당 길면 3년 이상의 시간을 투입하게 되는데, 그 모든 과정이 당초 착수금만으로 진행됩니다. 합의나 판결의 결론에 다다를 때까지 드는 노력에 비해 받는 대가가 현저히 적다 보니 ‘적당히 받은 만큼만 하자’라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게 되겠죠.

 

그럼에도 승패와 관계없이 사건마다 진심과 사력을 다해 임하는 변호사들이 있어요. 의뢰인의 사연이 안타까워 감정이입이 된다거나, 혹은 그 분야에서 새로운 판결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일 수도 있죠. 이렇듯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대가에 개의치 않고 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이런 노고들이 결과적으로는 한 사회, 한 가정, 한 사람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선사하기도 하죠. 이와 같은 사명감을 지닌 변호사들이야말로 좋은 변호사이자, 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9. 법조계 진로를 희망하고 있는 학생들, 혹은 꿈을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처음의 순간들을 겪어내고 있는 숙명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후배 여러분 중 꿈을 ‘법조인’으로 설정하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내 꿈은 결코 ‘법조인’이어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사실 변호사라는 목표를 정하는 건 쉬워요. 저 또한 쉬운 방법을 택했었고요. 하지만 내가 변호사로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고찰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작은 목표를 달성한 이후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는 그 작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넘어져 다시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고요.

 

다른 직업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는 내게 맞는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도록 삶의 방향성을 조율해나가야만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이 아닌, 나의 성향과 가치를 좇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고요. 그 모든 것이 집결된 형태가 꿈이 되어야겠죠.

 

현재 방향성을 설정한 뒤 전력 질주하시는 분들에게도, 혹은 겁이 나서 섣불리 아무것도 도전하지 못하시는 분들에게도,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같아요. 일과 삶에 대한 생각 만은 멈추지 말라는 거예요. 목표의 달성 여부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이고 의식적으로 자신과 삶을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인생 전반에 걸쳐 나의 꿈을 완성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 숙명통신원 20기 박수미(법학부21), 21기 김수민(한국어문학부22)

정리 : 커뮤니케이션팀